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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느냐 아이들아>(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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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사는 그 좁은 골 안에서조차도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수많은 집들을 보았다. 그 중에서 내가 잘 아는 한 집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그 참상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그 집 남편은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서관히(공개 처형당한 북한 농업담당비서)의 먼 친척이 되어 아내와는 강제 이혼당하고 세 살, 다섯 살 되는 두 아이와 함께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게 되었다. 

   원래 수용소 가는 집은 밤에 몰래 실어가는데 이 집은 대낮에 끌려갔다. 엄마 품을 떨어지지 않겠다는 아이들을 강제로 떼어내어 차에 실었다. 아이들을 빼앗긴 엄마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목격한 사람들이 모두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
   그후 아이들의 엄마는 정신병자가 되었다. 아이들과 애아버지의 그후 소식은 모르지만 나는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후 얼마 되지 않아 서윤석(심화조 사건으로 잡혀간 前평양시당 책임비서)사건이 일어나 정치범수용소로 연루되어간 사람들이 우리 동네 주변에 두 집이었는데 해명이 되었다고 1년 후에 돌아왔을 때 유독 연약한 아이들만 견디지 못하고 다 죽었다고 한다. 살아 돌아온 어른들도 사람이 아니라 해골바가지 같았다. 
 

<살아 있느냐 아이들아> 탈북시인, 김수진
 

  엄마 가슴 꽉 부여잡고 놓지 않는 아이들을
  아이들을 꼭 끌어안고 장벽처럼 막아선 엄마를
  순식간에 잡아 뜯어 내동댕이치고
  화물차의 짐칸에 걸레짝처럼
  처박혀진 아이들아
  세 살, 다섯 살, 세상의 냄새를 맡기도 전
  죄란 웬 말이냐?
  
  엄마의 통곡, 아이들의 통곡이 
  강산을 진동한다
  영문도 모르고 잡혀가는 애들 아빠는
  온 얼굴이 사색(死色)이 되어 침묵의 분노를
  수갑을 찬 두 손에 가득히
  불끈 쥐고 서 있었다.
  
  그 순간에조차도 말이 없었다 세상은
  가슴에서 아픔을 퍼내고 또 퍼낼 뿐
  이렇게 떠나갔다 억지에 끌리어
  원한의 정치범 수용소로
  
  가슴을 찢기는 분노만으로는
  세상을 이기기 너무 애달파
  애들 엄마는 정신병자가 되었고
  눈으로 지켜보기 너무 끔찍해
  가슴으로 지켜본 온 마을의 눈동자들은
  지금도 숯덩이의 마지막 불씨처럼
  너희들을 고이 기억하고 있다.
  제발 살아남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침묵이 이발(이빨)을 갈며
  벌써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천진한 얼굴에 세상을 담아 보기 전
  죄부터 신청한 아이들아
  그냥 살기도 버거운 이 세상 속의
  가장 무서운 철창 속의 세상에서
  아이들아, 살아 있느냐.
  
  살아있다면 끝까지 살아다오.
  이 세상을 징벌하는 마지막 증견자(證見者)가 되어 달라
  엄마의 원수, 아빠의 원수
  이 세상의 가장 흉악한 너희들의 원수를
  그 원수를 징벌하기 전에는
  차마 눈 감지 말아다오
  부디 죽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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