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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요한복음 19:25-30) 양미진사모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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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아들이지만 사람의 아들이기도 했던 예수님.

예수님의 십자가의 예언이라 할 만큼 비슷한 경험을 예수님의 1000년 전 조상 다윗이 경험했다.

 

극도의 갈증, 고통, 수치, 조롱, 자신의 고통을 놀림거리 삼는 자들에게 둘러 싸임...(시69)

 

다윗이 광야에서, 또는 그의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간에서 경험한 고통들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겪으신 일들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다윗은 아직 어릴 때 골리앗을 쳐 죽였고 (아마도 전쟁 천재?), 왕으로 기름 부음 받았으며, 실제 왕이었지만 그가 광야에서 목숨을 부지하고자 쫓겨 다닐 때 가장 인간다운 '사람의 아들'이었던 것 같다.

 

사람으로서 타고난 명백한 한계에 매일 직면하며 하나님을 찾고, 부르짖으며, 도움을 구하며,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인생의 광야.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순간이면 그의 영은 솟구쳐 올라 그야말로 정복자보다 나은 위치를 차지하곤 했다.

 

우리 모두 역시 인생의 한 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광야에 서있다.

광야를 오아시스로 바꾸어 놓기는 커녕 나 한 사람의 목마름도 해결할 수 없는,

그래서 그것이 웃음거리가 되는, 결국은 한 줌의 흙일 뿐이라고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광야에 서있다.

 

그런데 거기 우리의 옆에 또 한 사람이 십자가에서 너덜너덜 찢겨 '무능력'하게 죽어가고 있다.

자기의 목마름도, 묶임도, 고통도, 죽음도 해결할 수 없는 나와 똑같은 모습의 그 사람, '사람의 아들'.

타는 갈증에 비웃는 자들이 준 식초를 물인 줄 알고 마시려 한다. 자신의 어머니를 가장 나이 어린 자에게 부탁하고 있다. 드디어 부르짖는다. “나의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다윗 시절, 광야에서 수도 없이 울려퍼졌던 부르짖음이다. 우리 모두가 “도대체 왜…?”라고 탄식하던 신음이다.

 

전능한데 무능한 척 한 것도 아니고, 원래 무능했던 것도 아니고, 전능한 자가 스스로 무능한 자가 되어버린 그 시간을 나는 오래 오래 생각하고 싶다.

 

이상하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의 아들이 되어 사람에게 가해질 수 있는 모든 폭력과 저주와 조롱을 당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 만으로도 사람인 나는 설명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낀다. 광야에 꽂혀진 십자가 앞에서 나는 나음을 입고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말씀이 육신이 되지 않고서는,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의 아들이 아니고서는,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광야의 현장에서 상하고 부르짖는 인간의 한계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서는 전능자 하나님께서 나에게 줄 수 없었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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