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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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때까지 자택서 농사 짓고 월급의 90% 사회단체에 기부
대통령궁 일부, 노숙자 쉼터로
마약문제 해결·외자 유치 통해 우루과이를 중산층 많은 국가로
"오늘 저는 국민 여러분께 그동안 제게 베풀어주신 영광과 영예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떠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에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제 숨이 붙어 있는 날까지 저는 언제나 여러분이 있는 이곳에서 여러분을 위해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지난 2월 27일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80)는 5년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궁을 나섰다.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 텃밭이 딸린 허름한 집으로 돌아온 무히카에게 수많은 국내외 기자가 몰려들었다. 퇴임 대통령이 새 대통령보다 더 큰 관심을 모으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세계 언론은 찬사를 쏟아냈다. '이 '이상한' 지도자는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고 정치인이란 원래 소박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일깨웠다'(BBC), '무히카는 재임 5년 동안 사회개혁을 이루고 자신의 소박한 삶은 그대로 유지했다'(가디언)….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히카를 '현자(賢者)'라고 했고,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전 국왕은 그를 만델라와 비교했다.
무히카는 공식 프로필에 자신의 직업을 '농부(화초재배인)'라고 적고 있다. "나는 농부입니다. 항상 땅에서 일했습니다. 많이 일하거나 조금 일한 차이는 있지만 땅에서 일하는 것을 멈춘 적은 없습니다." 그의 재산은 허름한 농가와 트랙터 2대, 직접 몰고 다니는 1987년산 자동차 폴크스바겐 비틀이 전부다. 1994년 하원의원, 1999년 상원의원, 2005년 농축수산부 장관, 2009년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 그는 시골집에서 농사를 짓는 삶을 떠나지 않았다. 대통령 월급(약 1300만원)의 90%를 사회단체 등에 기부하고, 대통령궁 일부를 노숙자 쉼터로 개방하면서 자신은 낡은 차를 직접 몰고 집에서 출퇴근했다. 그는 말한다. "나는 가난하지 않습니다. 단순하게 살 뿐입니다. 사람이 사는 데는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치 않습니다."
무히카는 1960년대 독재에 맞선 좌파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에서 활동하며 '로빈 후드'로 불린 혁명가였다. 1970년대 이후 13년간 감옥에서 젊은 날을 보냈는데도 정치적 박해를 받은 사람이 가질 법한 분노나 적개심이 없다. 그는 "적의 존경을 얻지 못한 사람은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의 투쟁이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 가치는 적이 우리를 존중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정책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이었다. 남미 지역에 고질적인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면서 그는 말했다. "마리화나는 일종의 재앙입니다. 우리가 하는 것은 정부가 상황을 파악하자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약조직에서 주도권을 빼앗는 것입니다." 그는 공기업과 자치단체에 야당의 참여를 허용하고 외자 유치, 철광산지 발굴, 석유 탐사 같은 경제정책을 추진했다. 재임 중 우루과이는 남미 국가 중 평균 성장률을 넘는 고성장을 기록하고 중산층이 가장 많으며 극빈층이 거의 없는 나라가 됐다. 무히카는 2013년부터 2년 연속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