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일어나서도, 일어날수도 없는 참화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저 망연자실, 속수무책이라고 할까, 마음만 답답하고, 뭔가 모르게 솟구치는 울분으로 머리가 아픕니다. 그래서 마냥 주님께 기도할 뿐입니다.
유족들이 당하고 있을 죽을만큼 아픈 고통과 비통함에 현실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밥먹고, 일하고, 잠자고,.... 하는 나의 일상 자체가 한심하고 무자비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남은 구조활동과 후속조치들과 가족.친지들의 후유증을 오직 만유를 주장하시는 하나님의 손에 맡겨드릴 수밖에 없음을 아울러 고백합니다. 주님, 저들을 위로하시고 새로운 삶에 도전하게 도와주십시요.
이 시점에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재난과 참화에 대한 대처능력과 방법입니다.
수년전 버지니아텍에서 한국계 청년에 의해서 대낮에 벌어진 살인참극이 있었습니다.
신속하고, 침착한 대처, 그리고 후유증을 최대한 줄이려는 각계각층의 노력의 결과는 실로 감동적인 것이었습니다.
미국인 중 어느 한사람도 "코리안은 살인자'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소위 효순이, 미순이 사건을 대하던 한국인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일본 지진과 후꾸시마원전 참화를 돌이켜 봅니다.
며칠을 굶은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먹을 것을 배급받는데 서로 양보하는 모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엄청난 재난을 당한 사람들 같지 않게 고도의 냉정과 이성적 자세를 흐트리지 않는 그들에게서 부러울만큼 문명인의 모습을 봅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사태는 어떠한지요?
무슨 일만 나면 제일 먼저 책임 물을 사람, 잡아 넣을 사람부터 찾고 봅니다.
수년 전에 있던 외환대란(소위 IMF 사태) 때에는 앙갚음을 하려고 누군가 책임을 뒤집어 씌울 사람을 찾다가 당시 경제부총리와 대통령경제비서관인가 하는 사람을 구속했지요? 무슨 사기를 친것도 아니고 거짓말을 한것도 아니며 다만 세계경제적 판세를 잘 읽고 미리 대처하지 못했을 뿐인데 구속당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들은 몇년 후 슬그머니 무죄를 받았습니다. 그토록 난리를 피우던 사람들이 이미 다 잊고 있었던 터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요. 대개 이런 이런 식입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답답합니다.
누구때문인가? 누구 잘못인가? 선장을 몇년을 징역보내야하나 사형시킬수는 없나? 등등...
구조활동이 잘못되었다. 경찰이, 해경이 장관과 관리들이, .... 결국은 "청와대로 가자" 고 했다는군요.
사실 근본적인 잘못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기본을 무시하는 편법과 법치를 거스리는 무질서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하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보면 한국인 모두가 다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매스컴은 이런 참화를 앞다투어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슬픔을 극대화하려고 이런 저런 드라마 같은 기사를 마구 쏟아붓고 유족들의 울부짖는 모습을 전면에 내세우고, 정부를 공격하고, 결국은 정치문제로 비화하고........
모두들 마치 이 비극적 참화를 이용해서 한 건 해보겠다는 파렴치한 숨은 의도가 엿보이기에 참으로 씁쓸합니다.
또한 이런 때 슬퍼하지 않는 표정이라도 지으면 "너는 왜 슬퍼하지 않는가?" 고 공격을 받기 십상이라서 오금을 못피고 슬픈표정을 하고 다녀야 할지도 모릅니다. 매스컴이 전국민을 단체적으로 슬픔의 도가니에 몰아 넣은 결과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이나 김정일이가 죽었을 때 통곡을 안하고 슬픈표정을 안지으면 벌 받는다고 하던데 대한민국이 무슨 생지옥 같은 북한도 아니고...
우리들 자신도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만날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이 세상을 달려가고 있습니다.
저들이 당한 일이 내 일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이 있고 유족들의 슬픔이 전해져오는듯 느껴집니다. 그러나 침착. 냉정. 이성적판단이 어우러지는 성숙한 자세를 갖추어야하겠습니다.
어떤 글에서 김동길 교수가 인용한 싯귀절이 생각납니다.
"Life must go on though good men die."
"착한 이들이 죽을지라도 삶은 마땅히 이어져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그러므로 땅이 변하든지 산이 흔들려 바다 가운데 바지든지 바닷물이 흉용하고 뛰놀든지 그것이 넘침으로 산이 요동할지라도 우리는 두려워 아니하리로다.(시편 46:1-3)
환난을 당한 저들 모두를 주님의 손에 올려드립니다. 주님.....
사랑하는 식구 여러분,
기도합시다.
근신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