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자마자 죽은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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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4년동안 연극반 근처를 맴돌며
조명, 스테이지 세팅, 엑스트라 등 핵심을 못뚫던 아들이
일년에 한번 올리는 학교 연극에
올해 정말 큰 용기를 내어 연극반에서 조연을 맡겠다고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하필이면 선생님이 올해 공연으로 뽑은 제목이 "드라큘라"가 될줄이야...
에그머니!!!
아들은 내용도, 온통 등장인물등 복장도 으시시한 연극인 바람에
어떤 역할을 맡을지 걱정을 하였습니다.
자기는 그리스도인이라 도저히 드라큘라와 같은 복장, 차마 무시무시한 분장을 할수는 없어서 (본인말) "방문객" 의 역할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대사는 많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방문객..
어제 저녁에 온식구를 초대해 놓고, 누나들은 포스터까지 만들고, 꽃까지 사들고 가서 자리를 잡고 연극을 보러갔습니다.
우리 아들이 어떤 역할로 나올까... 어떤 대사를 할까...
지난 한달도 넘게 거의 매일 연습실에서 11시까지 집에 오지도 못하고 주말에도 SAT 시험끝내고까지 와서 연습에 매달렸는데.. 너무 기대가 되었습니다.
막이 열리고, 우리 아들 멋진 신사의 차림을 하고 방문객의 역할을 합니다. 일막 처음, 첫장면에 근사하게 등장한 아들은 무대에서 어쩌구 한 두세마디 대사를 던지고 곧 퇴장하였습니다.
언제 또 나올까 계속 기다리는데 바로 또 잠시 등장, 몇마디를 던지더니
바로 드라큘라들에게 잡혀서 십자가를 들이대며 소리지르다
결국 잡혀 먹히고 맓니다. 끝...
2시간 공연에 첫 10분정도 왔다갔다 하더니 완전 퇴장한 아들...
그걸 위해 주연 이상으로 엄청난 시간을 쏟아부은 우리 아들... ㅎㅎㅎ
그럼에도 본인이 스스로 너무 자랑스러워해서
누나들이랑 끝나고 무대뒤에 가서 사진찍고, 잘했다, 잘 죽었다..(?)
마구마구 격려해주고 칭찬해주고 꼭끼어안아주고 뽀뽀(누나들이..) 해주고 왔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죽었어도 일단 대사를 한것 자체가 잘한것이니까요... ㅎㅎ
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