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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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았습니다.
아마도 미국 와서 처음이죠?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날은 웬일인지 반갑기도 하고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 비로 인해 주영이 돌감사예배 장소를 집으로 옮겨야할지 말아야할지
하루종일 고민하게 됐지만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목사님을 만나고나서는 비에 얽힌 추억이 유난히 많은 듯합니다.
목사님 부모님을 처음 뵈러 갔던 날도 참 많이 비가 왔었습니다.
모처럼 한 드라이 머리는 푹 가라앉았고,
한껏 차려입은 흰원피스는 날이 궂어서인지 오히려 더 우중충해 보였습니다.
신발이 더러워질새라 걸음도 조심스러운데
목사님이 역을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전철 한 정거장 거리를 그 비에 뛰고 나니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약속시간은 다 돼가는데 초행길인데다 어두워서 음식점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목사님이 저를 중간에 태우고 갈 수 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그 어둑한 차 안에서,
그것도 옷은 거의 다 젖고, 머리는 바람에 날려서 산발에,
뛰어서 화장이고 뭐고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처음 부모님을 뵈었습니다...;
결혼식 전 날 장대비가 하루 종일 쏟아져 걱정했던 일은
이미 우리 목사님께서 얘기한 그대로입니다.
결혼식 후 목사님 주일 사역 때문에 월요일 신혼여행을 가게 됐는데,
떠나는 날 아침, 또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제주도 도착해서도 비는 계속 내리고...
하지만 감사하게도 우리가 다니는 낮 동안에는 비가 오지 않아
일정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목사님의 휴가를 맞아 둘이 처음으로 차를 가지고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도
운전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비가 엄청 많이 와서 시간도 많이 걸렸고 고생을 좀 했지요.
여기 와서 비가 잘 오지 않는 곳이니 그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겠다 했는데,
참 요상하게도 딱 그런 날 비가 올 게 뭐랍니까.
이목사님께서 아침에 서두르시지 않으셨다면 아마도 집에서 하는 것으로 했었을 겁니다.
쌀쌀하게 부는 바람과 구름 때문에 약간 춥긴 했지만 적당한 날씨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금요일 저녁,
장을 보고 마켓을 나서려는데, 하나님께서 주영이에게 깜짝 선물을 보여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쌍무지개.
이 밤,
비를 통해, 무지개를 통해, 맑은 하늘을 통해 보여주셨던 하나님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묵상해봅니다.
살아가면서 때로 예상치 못한, 정말 바라지 않던 비를 만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그 구름이 다 사라지지 않은 흐린 하늘 사이로
하나님은 무지개를 통하여 어딘가에 밝은 태양이 떠 있으며,
그렇기에 잘 기다리고 인내한다면 맑은 하늘을 보게 될 것이라고 약속해주십니다.
저의 인생에,
또 주영이의 인생에 온전하신 사랑의 계획을 따라
비도, 무지개도, 밝은 햇살도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댓글목록
HONG_KIM님의 댓글
HONG_KIM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수 " 비 " 인줄 알고 들어 왔읍니다. 그러나.................
무지개가 멋집니다. 창세기 성경 공부때 배운 무지개 가 생각 납니다.
하나님께서 노아의 방주 사건때 다시는 비를 안내리겠다고 " 무지개 " 로 약속 하셨다는 그 말씀.
크 ........ 홍킴 , 억수로 발전 했내요. 이런말은 생전 처음으로 쓰는거 같습니다.
ㅎㅎㅎ...........
어때요 ? 노 목자님. 맨날 숙제도 안해오고 , 정신이 딴데 가있지만 , 지금껏 성경 공부때 제가 가슴 깊이 새겨둔건 딱 3 가지 입니다.
나머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어제도 그 한 말씀 가슴깊이 새길것 입니다.........
meejeanyang님의 댓글
meejeanyang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전엔 우리의 날들이 비없이 처음부터 화창하기만을 바라고 그렇게 기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궂은 비는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먹구름 위에 태양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때에야 나의 마음이 온전히 하나님의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삶에 비와 바람과 때론 폭풍을 주시는 유일한 목적은 하나님과 내가 더 가까이, 더 은밀히, 가리운 것 벗어버리고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시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백목사님 가정의 여정이 빗속에서도, 바람 가운데서도, 더 가까이 계시는 하나님을 늘 뵈옵는 여정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