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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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순간 제 뇌리를 스쳐가는것이 있었습니다. "마귀가 또 장난하는구나. 하튼 나뿐놈이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저는 입을 딱 다물고 듣기만 했습니다. 저는 원래 전문적인 쌈꾼 출신이기 때문에 공격을 하기 시작하면 치명적이걸랑요. 그래서 아내가 하는말을 끝까지 꾹 참고 들으면서 기도까지 했죠. 절제하기가 힘들었으니까요. 그리고 말이 끝난다음 나도 한마디 해도 되겠냐고 차분한 목소리로 허락을 받은다음 먼저 사과를 하고 20주년을 동기로 최선을 다해 화내고 소리질르는 버릇을 부드러운 모습으로 바꾸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고싶은 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혜정자매도 같이 그러겠노라고 약속 했습니다.
참 놀라운 일입니다. 몇주일 전 만해도 이런일이 있었다면 같이 맞받아 치고 하다가 또 한동안 냉전으로 들어갔을텐데 우리가 정말 성숙해진건가 아니면 늙어가는건가. 어쨌든 집문으로 들어기전에 hug를 하고 뽀뽀를 세번이나 했으니까요. 이게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내 참.
참 통쾌한것은 마귀 꼬임에 안넘어가고 승리를 했다는겁니다. 자칫 잘못했으면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결혼 20주년을 망치고 우리 관계성까지 치명타를 입었을뻔 했는데 하나님의 역사로 승리 했습니다. 할렐루야!
이젠 절대로 마귀에게 않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혹시나 이런일이 있을땐 제일 먼저 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신 기도를 하십시요. 그리고 사과를 하십시요. 그리고 회개를 하십시요. 그다음에 하고싶은 말을 해도 절대로 늦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로 오늘저녁을 무사히 넘기고 은혜롭게 지냈습니다.
허나 아직 한가지가 남은게 있습니다. 어짜피 혜정자매가 알게 되겠지만 제가 아까 몰래 surprise 를 준비해논게 있습니다. 그건 이따 자기전에...
댓글목록
홍혜정님의 댓글
홍혜정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앞도 맞고... 뒤도 맞는데... 중간이 좀......
조금 부연 설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차에서 시작한 대화가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발단은 물론 저였습니다.
"싸웠다"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적절하지 않고..
오랫만에 오히려 그때부터 본격적인 속내를 말한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소한 것으로 시작되었으나
그것을 말하지 않음으로서 오는 결과는 우리의 관계성에 항상 나쁜 영향을 미쳤으므로
비로소 "나는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한다... " 라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이런 말을 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항상 나의 문제는 나의 감정, 힘든것, 나의 바램, 나의 쌓인것, 나의 기분, 나의 상한 마음을 전혀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땐가 한꺼번에 폭발을 하고야 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잘못하면 싸움으로 번지니까 말을 안하고...
오해를 할까봐 말을 안하고...
다음에는 낳아지겠지 하는 기대로 말을 안하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 하면서도
속으로만 앓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모처럼 용기를내어 끝까지 밀고 나갔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내가 안한게 아니지 않느냐, 왜 항상 안하는 것으로 얘기를 하느냐?"
"그래도 이렇게 해다오.."
아이들의 문제였는데...
모처럼 대화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활발한 대화가...
소리가 나기도 하였지만
결과는
우리는 이제 하나님 앞에서 이렇게 살자... 20 주년인데...
나는 이제 하나님의 딸로 이렇게 살고 싶다....
이대목에서는 눈물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화가 나서 운것은 아니고...
그리고 서로 약속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또 남편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방법으로, 살기로... 힘껏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외려...
그레이스 자매님들었다면 "부흥회"라고 표현했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차에서 내려서 앞마당 잔디에 서서
모든 대화를 하고 그리고 약속을 하고...
이것을 글로 남기기로 합의하여 다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결혼 서약을 다시 하기로...
큰 step 입니다.
이것을 깃점으로 이제 더욱 새로워질 우리의 관계가 기대 됩니다.
오랫만에 정말로 constructive 하고 의미 있는 깊은 것을 얘기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을 확인하고 하나님 앞에서 서로 해야할 바를 하기로 하고
그리고 모든 것을 앞마당에 쏟아놓고 웃는 얼굴로 집에 들어갈수 있게 되었습니다.
.
.
.
.
그런데...
남편은 또하나 약속을 어겼습니다.
둘이 선물은 안하기로 했는데....
그래서 상상도 기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예쁜 에메랄드 반지를 준비해 놓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데 미안하게...
이렇게 약속을 어기다니.... 괘씸하게스리....
.....
오래도록 두고 두고 기억하고 감사하겠습니다.
반지가 아니라...
남편의 따뜻한 마음을..... (아! 그리고 반지도...)
고마워요~~ SPc~~~
나도 당신 사랑하고 존경하는거 두고 두고 보여줄께요.
(에고.... 내가 생각해도 좀 닭살이다....)
조경란님의 댓글
조경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끔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논쟁으로 들어가면
남편이 저에게 할말이 많다는 자체에 놀라고, 정말 이해가 안될때가 있었습니다.
(정말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는게 당연한대)
나는 무조건 다 잘하고, 남편은 무조건 다 잘못하고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먼저 이렇게 했기때문에 내가 이렇게 변했잖아...
닭이 먼저인지 ? 달걀이 먼저인지? (몇달전 신문을 보니 과학적으로는 달걀이 먼저라고 정의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잊은게 있었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믿고 사랑을 실천해야하는 크리스챤이고,
남편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내마음에 평화와 사랑이 있으면 다 극복이 될수가 있다는 것
을 깨달고 자꾸 훈련하겠습니다.
조경란님의 댓글
조경란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끔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논쟁으로 들어가면
남편이 저에게 할말이 많다는 자체에 놀라고, 정말 이해가 안될때가 있었습니다.
(정말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는게 당연한대)
나는 무조건 다 잘하고, 남편은 무조건 다 잘못하고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먼저 이렇게 했기때문에 내가 이렇게 변했잖아...
닭이 먼저인지 ? 달걀이 먼저인지? (몇달전 신문을 보니 과학적으로는 달걀이 먼저라고 정의를 내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잊은게 있었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믿고 사랑을 실천해야하는 크리스챤이고,
남편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내마음에 평화와 사랑이 있으면 다 극복이 될수가 있다는 것
을 깨달고 자꾸 훈련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