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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93년에 장기 해외연수 차 도미하여 2년 간 시카고 의대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바 있습니다. 길다면 길 수도 있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신앙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이룬 기간이었습니다. 신앙적으로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신 지도교수님을 비롯하여 좋은 교회와 목사님 그리고 교인들을 만나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많은 신앙적 체험을 하였고, 학문 또한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카고에서의 자세한 삶을 이 지면에서 소개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곳에서 목격했던 몇 가지 사실들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고자 합니다.
대략 짐작은 하겠지만 미국인들의 사회 속에서 살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한국인이 신경 써야 할 에티켓이 있습니다. 그것은 근무 중에 음식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특히 우리 음식 중에서 김치는 우리에게는 너무 맛있는 반찬이지만 먹은 뒤에 나는 냄새는 가끔 우리에게조차 실례가 될 때가 있습니다. 하물며 미국인들의 경우는 어떻겠습니까? 필자는 도미 전에 앞서 다녀온 여러 사람들에게 이에 대한 소상한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에 아침은 우유에 빵 한 조각, 혹은 시리알 같은 전형적인 서양식 식사를 하고 양치질을 깨끗이 하고 출근하곤 하였다. 필자의 경우는 그 식성이 매우 토속적이어서 하루라도 김치와 밥을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촌놈 식성이었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적응해 나가기 마련이듯이 필자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요령 있게 김치를 먹으며 차츰 적응해 갔습니다. 그럼에도 가끔 한국 음식이 많이 그리울 때에는 식구들과 함께 시카고 시내에 있는 전통 한국 식당을 찾곤 하였습니다.
미국생활을 시작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필자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자세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종종 들르는 한인 식당에서 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김치, 된장찌개, 불고기 등을 아주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필자가 미국생활을 하면서 만난 미국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대부분 ‘김치’와 ‘불고기’라고 답한다. 이만큼 불고기는 김치와 함께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 음식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널리 알려진 불고기에 혹시 문제점은 없는지 잠시 살펴보려고 합니다. 흔히 우리가 불고기를 먹을 때 그냥 불고기만 먹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쌈이나 깻잎 등의 야채와 함께 먹는 것이 그 맛을 더해 줄 뿐 아니라 육식의 단점을 극복하는 면 때문에 앞다투어 권장되고 있습니다. 불고기 먹는 법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외국인에게 소개라도 할라 치면 아마 누구라도 야채와 함께 먹는 것이 불고기를 훨씬 맛있게 먹는 법이라고 소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믿습니다.
육식만 많이 하면, 서양인들에게 볼 수 있듯이 대장암 등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육식과 채식의 균형적 섭취라는 의미에서도 불고기를 야채와 함께 먹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식사 형태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조금 깊이 있게 생각을 해보면 우리가 이러한 음식조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헤아려 볼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음식과 비타민-C의 관계에 대해서 원론적으로 자세히 설명을 한 바 있지만 위 속에서는 음식물이 소화되는 과정 중에 필연적으로 발암물질로 알려진 나이트러스아민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 관련된 두 물질을 보면 하나는 단백질이 소화될 때 나오는 아민(NH2)류의 물질과 질산염(HNO3)이나 아질산염(HNO2)과 같은 질소화합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고기는 잘 익어서 소화되기 좋은 상태로 위 속에 들어오기 때문에 위 속의 펩신과 같은 단백질 소화효소에 의해 그 일부가 즉시 소화과정으로 들어가 아민류의 물질을 내놓는데 또한 이와 함께 흔히 맛있게 먹는 채소 혹은 야채 속에도 질산염이나 아질산염과 같은 질소화합물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야채에는 채소를 푸르게 보이게 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양의 질소비료를 주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키운 채소에 비해 질소화합물이 약 20~30배 정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야채를 푸르게 보이게 하기 위한 농부들의 노력은 영문을 모르고 불고기와 함께 야채를 맛있게 먹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보다 많은 발암물질에 노출되게 하여 위암 등에 걸릴 가능성을 높게 해 주는 것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인에게 빈발하고 있는 악성종양, 특히 소화기 관련 종양의 발병 양상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최근의 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종양은 위암으로 되어 있습니다. 남녀의 성비를 보면 남자가 여자에 비해 약 2배 정도 많이 위암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종양이 간암입니다. 이 경우 남녀 성비는 더 심해져서 남자가 여자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간암의 경우 그 발병원인을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B형 간염이라고 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남자에 3배씩이나 더 많을까요? 설명되기로는 남자들이 사회생활을 많이 하고 그로 인해 외식이나 음주를 통해서 더 많이 간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추정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것만 가지고 3배의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무언가 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암의 경우 근자에 들어 헬리코박터(H. pylori)라는 위장내 균감염이 위암의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인에게 있어서 이 균의 감염률은 발표자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75~9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남녀의 감염비율에는 커다란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남자에게서 위암 발병률이 2배나 높은 것일까요? 대개의 내과 의사들은 역시 남자들이 음주도 많이 하고 사회생활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불투명하게 설명하지만 이 모두가 일관성이 있는 설명이라고 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먹는 음식의 양과 간암 또는 위암의 발병률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음식물 섭취로 인해 생기는 발암물질의 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즉 우리가 보편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남자가 여자보다 먹는 음식의 양이 많다.’라는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남성들의 보다 잦은 외식, 음주 등의 요인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설명 이외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간암은 3배, 위암은 2배의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는 사실을 설명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향후 잘 고안된 연구계획을 통해서 확인되어야 하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고기가 한국 고유의 음식이라는 사실은 변화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맛있는 음식이라는 사실도 변화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야채에 싸서 먹는 불고기야말로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만의 음식 맛인 것입니다.
따라서 필자는 불고기를 먹을 때에는 반드시 다량의 비타민-C를 함께 먹자는 적극적인 권유를 하고 싶습니다. 그것만이 야채의 효과도 보장해 주고 불고기의 영향효과를 극대화시켜 주고 게다가 부수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발암물질의 발생을 억제해 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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