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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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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6 년 전 설암으로 처음 진단 되었을 때 써 두었던 수필입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설암이 어떤 것인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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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주님의 댓글

no_profile 최희주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랑의 맛
                           
                              최 희주
.
십 여년 전에 혀에 통증이 느껴졌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통증이 가라앉질 않았다.
혀를 앞으로 한껏 내밀고 거울 속을 들여다봤다. 아픈 부위가 하얗게 변색이 되었다.
그 당시 조직 검사를 하니 암은 아니라고 했다.
그 전 단계라고 할까, 아니면 혀가 치아에 많이 쓸려서 굳은살이 생겼다고 할까?
 혀에 궤양이 생긴 것이었다.
그 때부터 불안한 마음이 생겨 변색된 부위가 조금 더 커지게 되면 열심히 조직 검사를 받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음식을 먹을 때마다 불편할 정도로 혀가 쓰라리며 그 전과 비슷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거울 앞에 서서 혀를 이리지리 굴려보았다.
그 순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사마귀가 돋아난 것같이 혀의 가장자리에 뭔가가 조그맣게 부풀어 있었다.
찜찜한 기분이 들어 그 즉시 병원에 연락하여 예약을 신청했다.
처음엔 어디로 가서 검진을 받아야 할지 몰라 애를 먹었다.

 이비인후과로 가야 되는지, 아니면 치과나 구강외과로 가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선택을 못하고 헤맸다.
 이비인후과에 전화하니 자기네 담당이라고 했다.
또 구강외과에서도 자기네 담당이라며 빨리 오라고 했다.
그래서 양쪽으로 다 진단을 받으러 다니느라 아픈 혀를 더 혹사시키게 됐다.

결론적으로 혀만 아프면 구강외과 담당이지만
 거기서 조금만 더 진전되어 임파선에라도 퍼지면 그때는 완전히 이비인후과 소속이 된다.

 마침 좋은 의사 선생님을 소개받게 되어 이비인후과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조직 검사 결과 설암으로 진단이 나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혹시 내가 영어를 잘 이해 못해서 잘못들은 걸 꺼야." 라며
 내 스스로를 위로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잠시 후 의심의 물결이 일렁이며 불안하고 무서운 느낌이 엄습해왔다.
눈앞이 아찔하며 이 무서운 소리를 나 혼자서 들어야만 했다는 사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나를 슬프게 했고 무척 떨리게 만들었다.

주위 분들한테 설암이라고 하니까 혀의 소속이 미묘한 것처럼  듣는 사람들의 반응도 참으로 다양했다.
 "그런 암도 있어요?"
"처음 들어보네요." 라며
호기심에 이것저것 증세를 자세히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농담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남편과 뽀뽀를 얼마나 많이 했으면 혀에 암이 다 생기냐?" 며
우스개 소리로 아픈 나를 위로 해보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설암을 들어 본적이 있는 분들은  "담배도 안 피울 텐데 웬 설 암이지?"  라며 염려를 해 주셨다.

 의사들의 첫 번째 질문도 " 담배 피우세요?" 라고 물어왔다. 그만큼 흡연자들이 설암에 걸릴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나의 경우는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체질이라서 생겼다고 말하고 싶다.
 나와는 정 반대로 남편은 매운 음식을 아주 즐겼다.
그리고 외식을 자주 하다 보니 매운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그로 인해 혀에 무리가 간 것 같았다.

  혀는 구강에 있지만 이비인후과에서도 진료를 하듯이
 혀의 역할도 역시 우리에게 착각을 주기 쉬운 존재라는 것을 이번에 새삼스레  깨닫게 됐다.

혀는 말할 때 주로 사용하고 음식물 먹는 것은 온전히 치아의 관할인줄로만 알았다가
이번에 그 존재와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암 제거 수술을 받은 첫날,

혀의 일 부분을 잘라내고 나니 혀가 온통 퉁퉁 부어 침조차 삼키기 힘든 상황이었다.
 알약을 도저히 삼킬 수가 없는데도 병원에서는 하루만에 퇴원 허가가 내려졌다. 
음식물 못 먹는 거야 어차피 살도 뺄 겸 다이어트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하지만 당장 아픈 것을 치료하기 위해 삼켜야 할 약을 먹을 수가 없어 하루를 더 병원에 묵고 퇴원하였다.

알약을 삼킬 수가 없듯이
 밥알 한 알조차도 혀의 도움 없이는 목구멍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만약 혀를 전혀 안 움직이고 음식물을 삼키려면 오로지 물의 힘을 빌려야만 했다.

병원에서 첫날  배식으로 젤로를 먹으라고 주었다.
아주 작은 한 조각을 입에 넣어보니 혀에 달라붙어서 삼켜지질 않았다.
할 수없이 숟가락으로 도로 꺼내야 했다.
이처럼 혀를 움직이지 않고는 어느 음식물도 삼킬 수 없다는 사실도 되었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치아가  열심히 잘게 부수어 주면
 혀는 마치 입안의 손과 같은 존재라서 음식물이  골고루 잘 부셔지게 뒤섞어 주고
 그리고 목구멍으로  넘어가게 밀어 넣어 주는 역할을 하였다.

 그런 기능을 전혀 사용 안 하려니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떠 넣었을 때 밥알이 입안에서 사방으로 흩어져
씹기도 힘들고 삼킬 수도 없어서 결국 물로 씻어 내야만했다.

  수술 후 한동안은 유동 액만  먹으며 지냈다.
수술이 잘 끝난 후 혹시 내가 벙어리가 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 다들 걱정들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평상시보다 아픈 나에게 말을 자꾸 시키는 덕분에 약간은 힘들었다.
혀가 아파서 가능하면 혀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혀에게 휴식을 주어야 했는데
사람들은 나의 이런 처지를 몰랐던 것 같았다.

아픈 혀를 참아가며 묻는 말에 대답을 하면
 " 말을 할 수 있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며 병 문안 오신 분들이 무척 기뻐하였다.


병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에이즈(AIDS)나 폐병,
또는 요즈음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감염성이 심한 사스(SARS)처럼
전염성 병이라면 친구들의 위로는  커녕 누구한테 아픈 것을 하소연도 못하고
 혼자 외롭고 힘들게  투병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나의 경우,
암이라서 많은 분들의 위로와 사랑 그리고 기도를 받을 수 있어서 너무나 고맙고 행복하였다.
암으로 결과가 나온 후 가까운 친구들과 교인들, 이웃들이 열심히 기도 해주셨다.
그리고 예쁜 꽃들을 집이 넘치도록 가져오셨고
또 때로는 죽 등을 끓여 갖고 병 문안 오셔서 따뜻이 위로해 주셨다.

 덕분에  마치 잔칫집 같은 분위기라 
내 자신이 병자인 것을 느껴볼 정신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생애 처음으로 주위 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보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두려움 없이 수술을 잘 받을 수 있었고
 빠른 회복을 하게 된 것은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였다.

이제, 그간 남들로부터 듬뿍 받았던 사랑을 잊지 않고 가슴에 고이 간직하고 싶다.
 따스하게 느꼈던 그 사랑의 맛과 설암에서 해방된 기쁨을 나도 남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어졌다.
 그 동안 아프던 혀도 많이 아물어 혀가 내 말을 잘 들어 줄 것 같다.



6-10-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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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요한님의 댓글

no_profile 노요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이런 고통이 있으셨군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잘 모르고 실수를 한답니다.

마음도 아프게 하구요.


한 달 전 쯤인가 이를 닦다가 문들 혀를 보니 오른쪽이 벌겋게 부어오른 것이 왼쪽과는 완연하게 달랐습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설암인가 하여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고 염려하다가 마침 스케일링을 할 때도 되었기에 결국 치과를 찾아갔습니다.

입안을 보여 주었더니 여러가지로 진단을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곤 두고 보자고 하였습니다.

증상이 발전하면 그 때 다시 확인하자고 하면서.......


그렇습니다.

한치 앞을 볼 수도 없는 우리는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주님을 의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님을 의지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지난 주에 공연히 말을 시켜 고통받게 해서 죄송합니다.


쓰신 글이 무척 실감나고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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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jeanyang님의 댓글

no_profile meejeanyang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직 검사 결과가 좋은 소식이기를 간절히 간절히 원합니다.
어제, 너무 바빠서 제대로 말씀을 나누지 못했는데,
얼굴은 너무나 헬쓱해지셨고 말씀도 힘들게 하셨습니다.

저의 엄마에게 암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꼭같은 마음으로
성도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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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브라함님의 댓글

no_profile 이아브라함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남모르는 고민과 힘든 과정을

매끄럽게 아름답운 글로 그려내셨습니다.

설암에 대해서 잘 모르는 우리들은

막연히 힘드시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더욱 분명한 사명감을 가지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성도님의 아픔과 고민, 두려움과 상심에 깊이 동참하지 못하여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성령님의 위로고 격려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저도 또한 힘써 기도하며 주님의 손길을 구합니다.

음식맛, 사랑의 맛을 함께 나누는 운명공동체로서

부족함이 없도록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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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바울님의 댓글

no_profile 최바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 어둠 가운데 있어도,
아름다움으로 바꿀 수 있는 특권이 저희들에게 있는 것을 다시 보았습니다.

이 세상을 사는 동안에는 여러가지 불편한 것들이 있지만,
이를 뛰어 넘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위로가 있음을 감사합니다.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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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iferPark님의 댓글

no_profile JenniferPark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의 세포 하나하나, 우리의 느낌 하나하나 다 아시고

우리와 임마누엘, 함께 해주시는 하나님께서

최성도님의 영과 육 을 강건 하게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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