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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강 : 동물의 항로결정(Animal Navigation) [생명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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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헌
이학박사
순천향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한국창조과학회 회장



  일부동물들은 철 따라 대륙이나 바다를 건너 먼 거리를 이동합니다. 대지 위를 달려 이동하는 것과 공중을 날아 이동하는 종, 그리고 물 속으로 이동하는 종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대륙에는 연 중 건기와 우기가 있어 이에 따라 동물들의 대 이동이 있습니다. 물고기들 중에 멀리 이동하는 종들은 연어류와 뱀장어류를 들 수 있습니다. 바다에 사는 포유류 중에는 고래나 물개, 바다표범 등이 먼 거리를 이동합니다. 새들 중에 먼 거리를 이동하는 종들은 너무도 다양합니다. 멀게는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새, 북미와 남미를 오가는 새, 연중 태평양연안을 두루 돌아오는 새, 시베리아와 온대지방을 고가는 새, 아열대지방과 온대지방을 오가는 새들이고, 종류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어떻게 항로를 결정(navigation)하는 지는 오랜 기간동안 의문점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근래에 와서 몇몇 감각계가 관계하고 있는 복잡한 행동이라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일부 어떤 동물들은 항로결정에 여러 감각계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어떤 것의 사용이 여의치 않으면 즉시 다른 것을 이용하여 항로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동물에 따른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꿀벌은 태양의 위치와 하늘의 편광패턴을 이용하여 벌통으로부터 꿀이 있는 장소까지의 비행로를 파악하고, 벌통으로 돌아와서는 동료들 앞에서 지그재그춤을 추며 꿀이 있는 방향을 알려줍니다. 벌들 간에 일종의 언어 소통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Kark von Frisch)는 벌들의 언어소통에 관한 연구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아 1973년 노벨상을 공동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새들 중 일부는 먼 거리를 비행하여 목적지를 찾아갈 때 지형적 특성을 기억하고 찾아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철새들은 지형적 특성이 없는 광대한 바다 위를 날아가는데, 이러한 새들은 태양의 위치를 이용하여 갈 방향을 정하고 날아간다고 합니다. 밤중에 이동하는 철새들은 별자리를 비행방향의 지표로 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실험으로 별자리의 바위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천체투영관(planetarium) 안에서 유럽산 휘파람새의 행동을 관찰하면, 특정한 별자리를 지표로 하여 방향을 결정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구의 자전속도에 맞게 별자리를 이동시키면, 이 새는 계속해서 정확한 방향으로 정위하는 것을 봅니다. 여기서 정위한다는 것은 동물이 환경 공간 속에서 체위를 특정 방향으로 유지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일부 동물들은 정위와 항로 결정에 지구의 자기장(magnetic field)를 이용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어 비둘기는 지상의 지형적 특징을 없애고 날씨가 흐려서  태양이 보이지 않아도 길을 잃지 안고 정확하게 집을 찾아옵니다. 그러나 머리에 작은 자석을 붙여놓아 자기장에 변화를 주면 비둘기는 올바로 정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 방향을 알지 못합니다. 동굴에 사는 도롱뇽의 일종(Eurycea)도 자기장을 이용하여 어둠 속에서 정확히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런 동물들이 어떻게 지구의 자기장을 직접 감지할 수 있는지 궁금한 일입니다. 실험에 의하면 실마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즉, 비둘기의 뇌와 두개골 사이에 있는 소형 흑색구조물에 비둘기 자체로부터 기원한 자기물질이 있는 것입니다. 이를 매그니타이트(magnetite)라고 부릅니다. 바다에 사는 고래의 대뇌 피질에도 이 매그니타이트가 있어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하여 방향을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매그니타이트는 연체동물, 꿀벌 및 흙 속에 사는 박테리아에서도 발견이 되었습니다. 지구 북반구의 진흙박테리아는 북극을 향하여 정위하고, 남반구의 진흙박테리아는 남극을 향하여 정위하고 있음이 알려졌습니다. 만약 이들 박테리아를 인공자기장에 들어 있는 물방울에 넣으면 제각기 해당 극으로 모이고 자기장을 반대로 바꾸면 박테리아도 반대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실험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어류 중 미국 뱀장어( Anguilla rostrata)도 지자기장을 이용하여 항로결정을 한다는 것이 알려 졌습니다. 사가쏘(Sargasso) 해협에서 부화한 이 뱀장어의 유생은 북아메리카의  대서양연안까지의 1,000 km 나 되는 먼 거리를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하여 찾아간다고 합니다. 이 뱀장어는 어류마다 몸통의 양옆에 가지고 있는 측선에 고성능의 전기수용기가 있어 지자기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닷물은 지구의 자기장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전도체(conductor)로 작용하기 때문에 해류에 따라 움직이는 바닷물은 하나의 거대한 발전기(generator)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해류에 의해 형성되는 지전기장(geoelectric field)은 그 강도 즉, 전압이 약 0.5μV/cm 에 달합니다. 이것은 바다에서 20 km 마다 1.0 V의 차가 생기는 것을 의하는데 물고기는 이처럼 작은 전압경사에서 생기는 약한 전류를 측선기관에 있는 전기수용기로 감지하는 것입니다. 실험적으로 전기장에서 뱀장어를 훈련해 보았더니 직류전기장(dc field)에서 그 강도가 0.002μV/cm 만 변하여도 심장박동률이 감소하는 반응을 보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므로, 바다에서 생기는 전기장에서는 이것의 수백 배나 높기 때문에 뱀장어가 항로를 결정하는데 자기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 사는 뱀장어는 산란기가 되면 민물에서 자란 암컷과 바다에서 자란 수컷이 강 하구에서 만나 멀리 필리핀 동쪽 바다 깊은 곳까지 가서 산란과 수정을 하고 생을 마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부화한 유생은 먼길을 찾아오는 동안에 변태를 거듭하여 연안에 도착할 때는 실뱀장어 모습이 됩니다. 이들은 선대가 갔던 먼 길을 인도자도 없이 역으로 찾아온 것입니다.

연어의 경우는 치어일 때 모천을 떠나 바다로 가서 살다가 몇 년 지나 성숙해져 산란기가 되면 어릴 때 떠났던 모천으로 돌아와 산란하고 일생을 마칩니다. 연어의 이 신비로운 회유능력은 모천의 냄새를 기억한 까닭이라고 합니다. 실험적으로 치어가 아니라, 수정란을 떠내려보냈는데도 정확히 모천을 찾아온 사실이 있기에 이들에게 모천의 냄새가 각인되는 시기는 치어 시기가 아니라 훨씬 전이라는 결론입니다. 그 기전은 아무도 모릅니다.

[기도] 창조주 하나님, 동물들에게 먼 항로를 결정하고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을 주시어서 감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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