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귀부인들의 명품 허세 이야기
페이지 정보
본문
일전에 한국을 방문했을때 오랫만에 친구를 만나러 한 고급 커피숍에 간 적이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커피도 잘 안마실뿐더러 서민인지라 처음가보는 강남의 값비싼 커피숍이었는데요.
먼저 도착해서 잠시 친구를 기다리는동안 조금 떨어진 옆자리의 부인들의 높은 볼륨덕에 듣고 싶지 않아도 대화가 귀에 들려옵니다.
중년임에도 한껏 고급스럽게 치장을 한 두 귀부인들께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더군요.
한 분이 핸드백을 테이블위에 올려놓으며 말을 시작합니다.
"저번에 백화점에 이거 수리 맡길려다가 어이가 없어서 원..." 맞은 편 친구가 이유를 물으니, 자못 흥분하여 말을 잇습니다.
내용인 즉슨, 백화점에 전화를 해서 "팡디 핸드백 어디서 수리해요?" 했더니 직원이,
"네? 팡디요? 아~ 펜디 말씀하시나요?" 하더라는겁니다.
그제서야 저는 그 부인이 테이블위에 올려놓은 핸드백이 FENDI 제품이구나 했지요.
그런데 그 부인의 뒷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언니, 어떻게 백화점 명품관 직원이 팡디도 못 알아 들어? 무식하긴..."
"걔 한테 한마디 해주지 그랬어? FENDI 가 프랑스말로 팡디라고...호호호"
"아이고~ 앓느니 죽지, 그걸 말하면 알아? 그냥 가만 있었지."
여기까지 들으니, 이 귀부인(으로 보이는)들의 대화가 왠만한 코미디쇼보다 더 웃깁니다.
저는 명품백을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FENDI 가 이탈리아 브랜드라는것은 알 수 있습니다.
흔히 명품은 창립자의 성 (Last Name) 을 따서 이름을 짓는데, 이탈리아의 성은 대부분 i 로 끝나기 때문이죠.
(Fendi, Gucci, Bvlgari, Armani 등등 이탈리아 브랜드는 거의 i 로 끝나죠.)
그리고 써있는 그대로 발음하면 되는 이탈리아어의 특성상 FENDI 는 펜디 (P가 아니라 F 발음이지만요) 가 되죠.
그 부인들께서 FENDI 를 프랑스 메이커로 알고 계셨던지, 아니면 뭐든 프랑스어로 읽으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 분들이 FENDI를 어떻게 발음하는지는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죠.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떻습니까?
하지만 그분들의 고급(?) 발음을 못알아들었다는 이유로, 백화점 여직원을 비웃는 모습을 보니 한껏 우아한 치장도, 손에 든 장인이 만든 그 명품 핸드백도 그 분들에겐 어울리지 않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늬만 명품들에게 속지 말자고 오늘도 눈을 깜빡여봅니다.
by FlorrieCA
- 이전글인공위성에서 바라본 지구 12.07.28
- 다음글== 이어령의 딸 이민아 == 1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