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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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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3         

                        - 잭 캔필드·마크 빅터 한센, 류시화 옮김

잠시후면

잠시 후면 당신은
손을 잡는 것과 영혼을 묶는 것의 차이를 배울 것이다.
사랑이 기대는 것이 아니고,
함께 있는 것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걸
당신은 배울 것이다.
잠시 후면 당신은
입맞춤이 계약이 아니고, 선물이 약속이 아님을
배우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면 당신은 어린아이의 슬픔이 아니라
어른의 기품을 갖고서
얼굴을 똑바로 들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인생의 실패를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내일의 토대 위에 집을 짓기엔
너무 불확실하기 때문에
오늘 이 순간 속에 당신의 길을 닦아 나갈 것이다.
잠시 후면 당신은 햇빛조차도 너무 많이 쪼이면
화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배울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이제 자신의 정원을 심고
자신의 영혼을 가꾸리라.
누군가 당신에게 꽃을 가져다주기를 기다리기 전에
그러면 당신은 정말로 인내할 수 있을 것이고
진정으로 강해질 것이고
진정한 가치를 그 안에 지니게 되리라.             
                                  - 옮긴이의 말을 대신하여, 류시화

  독자에게 전하는 말

  신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인간을 창조했다.
                                                      - 엘리 위젤
 
 우리의 가슴에서 당신의 가슴으로 이 이야기들을 전하게 되어 더없이 기쁘
다. 이 책에는 당신을 더 많이 사랑하게 하고,  더 열정적으로 살게 하며, 더
많은 확신을 갖고 당신 가슴속의  꿈을 추구하게 하는 100편 남짓한 이야기
가 실려 있다.  좌절과 실패의 시기에 이 책은  당신을 붙들어 주고, 상실과
고통의 시기에 당신을 위로해 줄 것이다. 당신은 아마도  이 책을 평생 간직
하면서 삶의 여러 전환점에서 지혜와 통찰을 얻기 위해 이 책을 펼쳐 볼 것
이다.
 우리는 이제 당신이  정말로 탁월한 책과 마주하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미 이 시리즈의 책들을 통해 전세계 6백만 명의 독자들의 삶에 깊은 감명
을 주었다. 우리는 매주 수백 통이 넘는 편지를 받고 있으며, 우리가 만드는
이 책들을 읽고 기적적으로  삶의 변화를 체험한 개인과 단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이  책에서 발견한 사랑과 희망과 격려와 영감이  그들의 삶
에 매우 깊은 영향을 주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야기는 우리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조명해 주고, 자비심을 일깨워 주며,
"우리 모두는 하나    다."라는 경이로움을 깨닫게 해 준다. 이야기는 우리
가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 어디로 가는가    를 사색하게 된다. 이야기는
우리를 새로운 진리에 눈뜨게 하고,  새로운 인생관을 갖게 하며, 우  주를
느끼는 새로운 방식을 심어 준다.           
                                                      - 루쓰 스코터

 우리가 만드는 이 책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결
과 보고서를 읽고,  우리는 이제 이야기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
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더 많이 확신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우리의 무의식  속으로 곧장 파고드는 힘을 갖고  있다. 이야기는
삶의 청사진을 제공한다. 이야기는 우리가 안고 있는  매순간의 문제에 대한
해답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한 이야기는 우리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일
깨워 준다. 타성에 젖은 무료한 삶에서 벗어나 꿈을 갖게 하고, 우리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창조적인 영감
을 불어넣는다.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을 수도 있다. 많은  독자들은 그렇게
해서도 좋은 결과를 얻는다.  그러나 우리는 당신이 시간을 갖고, 좋은 술을
조금씩 마시듯이 입 안에서 음미하면서 천천히 이 책을 읽어 내려가기 바란
다. 그렇게 할  때 당신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당신의 삶에  던지는 의미들을
더 잘 흡수하게 될 것이다.
 시간을 갖고 이 책을  읽을 때, 당신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서로  다른 방식
으로 당신의 마음과 가슴과 영혼에 자양분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주니 족 인디언이 자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열심히 받아 적고 있는 한 인
류학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내가 이야기를 할  때 그것에 담긴 의미를 이해
하는 거요, 아니면 단순히 받아 적기만 하는 거요?"
                                                    - 데니스 테드록

 이 책에 실린 각각의 이야기들은 당신에게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것
들에 대해 천천히 명상하기를 우리는 권한다. 그래서  그것들이 당신의 삶을
더 가슴 뛰는 것으로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사실 우리의  경험으로부터는 어떤 것도 배우지 않는다.  우리는 오
직 우리의 경험에 대한 명상으로부터 배울 뿐이다.               
                                                  - 로버트 싱클레어

 우리가 처음 이  이야기들을 발견했을 때,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그 끝부분
에 반드시 도덕적인 교훈이나 지침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것들 대부
분을 걷어내고 그  대신 이야기만 남게 했다. 당신은 그  이야기들로부터 당
신 자신의 의미들을 발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 번은  제자가 불평을 했다.  "당신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만 할
뿐, 그것들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선 그 말씀해 주지 않으시군요."
 스승이 대답했다. "만일 누군가 너한테 과일을  주면서 너를 위한답시고 모
두 입으로 씹어서 준다면 넌 그걸 좋아하겠느냐?"                   
                                                      - 작자 미상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고  나서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준다면 훨씬 더
기억에 남는 감동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어떤 이야기들은 당신에게  더 크
게 들릴 것이고, 어떤 이야기는 더 눈물짓게 만들 것이고, 또 어떤 이야기는
읽을 뒤에 다른 누군가를 생각나게 할 것이다.
 
 이야기는 살아 있는 존재들과 같다. 당신은 그들을  초대해 당신과 함께 살
게 한다. 그들은 좋은 대접을 받는 보답으로 그들이  아는 것을 당신에게 가
르쳐 준다. 그들이 떠나갈 준비가 됐을 때 그들은  그 사실을 당신에게 알려
줄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그들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 준다.

 우리가 내는 이 시리즈의 책들은 이미 학교와  교회에서, 회사의 아침 회의
와 세미나에서, 여러 명상센터들에게 자주 읽혀지고 있다. 우리는 영혼의 양
식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지난 여러 해 동안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감동적인 이야
기들을 계속해서 보내 주었다.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그것
에 자극을 받아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모두에게 전하고자 노
력할 것이다.   
                                          -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1. 사랑을 위하여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 버질

☞ 입맞춤.

 의사인 나는 이제 막 수술에서  회복된 어떤 여성 환자의 침상 옆에 서 있
었다. 그녀는 수술  후에도 옆 얼굴이 마비되어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있었
다. 얼핏 보면 어릿광대 같은 모습이었다. 입의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 한 가
닥이 절단되었기 때문이었다.  외과의사가 최선을 다해 그녀의  얼굴을 성형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뺨에서  암세포가
번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수술 도중에 어쩔 수 없이 신경 한 가닥을 절단
해야만 했다.
 그녀의 절은  남편도 그녀를 내려다보며 환자  옆에 서 있었다. 저녁  불빛
속에서 그들은 마치 내 존재를 잊은 양 열심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생
각했다.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비뚤어진 얼굴을  해 갖고서도 이
토록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이윽고 그녀가 내게 물었다.
 "제 입은 평생 동안 이런 모습으로 있어야 하나요?"
 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신경이 끊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그녀의 젊은 남편이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그 모습이 좋은데 뭘. 아주 귀여워 보인다구."
 그 순간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았다. 그는 신과 같은  넉넉한 마음
을 가진 사람이었다. 차마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서 나는 바닥에 시선
을 떨구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남자는 아내에게 입을 맞추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리고  그는 비뚤어진 입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아직
도 입맞춤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 리차드 셀쩌

☞ 비밀 약속.

 그날 나는 중요한 볼일이 있어서 차를 몰고 급히 어디로 가고 있던 중이었
다. 그런데 시간이 늦은 데다가 도중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나는 누군
가에게 길을 물으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되도록이면 주유소가  눈에 띄
길 바랬다. 방향 감각을 잃고 낯선 도시를 헤매다  보니 어느새 기름이 바닥
나 있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때마침 나는 저만치 앞에서 노란색으로 회전하고 있는 소방서 건물의 형광
등 불빛을 발견했다. 다행이었다.  길을 묻기에 소방서만큼 좋은 곳이 또 있
겠는가?
 나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길 건너편의 소방서로 갔다. 세 개의  문이 위로
활짝 젖혀져 있고  그 안에 주차에 있는  빨간색 소방차 여러 대가  보였다.
크롬으로 도금된 잘 닦인 소방차들은 차체를 반짝이며 문이 약간씩 열린 채
로 비상벨이 울릴 경우에 대비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소방서 특유의 냄새가 났다. 선반에서  물리고 있는 긴 소
방 호스와 커다란  크기의 고무 장화, 그리고 소방대원들이 입는  재킷과 헬
멧 등에서 나는  냄새였다. 거기에 깨끗이 물청소된 바닥과 광택  처리된 소
방차들에서 나는  냄새까지 합쳐져 소방서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걸음을
멈추고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잠시  나의 어린시절
로 돌아갔다.  나의 아버지는 소방서에서  화재 진압 반장으로 35년  동안을
일하셨다.
 나는 소방서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안쪽에는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높다란
화재 진압봉이 세워져  있었다. 하루는 내가 제이 형과 함께  소방서에 놀러
갔을 때 아버지는 나와 형에게 두 차례나 그  장대를 타고 내려오게 하셨다.
소방서 구석에는 소방차를 수리할 때 차 밑바닥에 눕기 위해 사용하는 도르
레 달린 깔판이 있었다. 아빠는 그 깔판 위에 나를 올려놓고선 소리치셨다.
 "꽉 잡아야 한다!"
 그리고는 내가 술  취한 선원처럼 비틀거릴 때까지 깔판을  빙빙 돌리셨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타 본 어떤 놀이기구보다 더 스릴 넘치는 일이었다.
 깔판 옆에는 고전적인 코카콜라 상표가 부착된 오래된 음료수 자판기가 한
대 있었다.  그 자판기는 아직도 코카콜라  초기 제품인 280cc  초록색 병에
든 코카콜라를 판매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것이 35센트이지만  내가 어렸을
당시는 10센트였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척했지만 사실은  그 자판기에서
코카콜라 한 병을 뽑아 먹는  것이 나로서는 소방서에 놀러가는 가장 큰 즐
거움이자 중요한 이유였다.
 내가 열살때의 일이다.  하루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친구 두 명을 데리고  소방서로 갔다. 소방서도 구경시켜 줄 겸, 또 아
버지에게 콜라를 사달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친구들에게 소방서  내부를 구
경시켜 준 뒤 나는 기회를 엿보다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집에  가서 점심을 먹기 전에  친구들과 함께 콜라를 한  병씩 사
마시면 안 될까요?"
 그날 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약간 주저하는 내색을 느꼈다.  하지만 아
버지는 곧 승낙을 하셨다.
 "그렇게 하렴."
 아버지는 우리들 각자에게  10센트씩을 나눠주셨다. 우리는 자판기로  달려
가 콜라를 한 병씩 꺼냈다. 그리고는 재빨리 뚜껑을  열고 뚜껑 안쪽에 영화
배우 사진이 들어 있는지 확인했다.
 얼마나 행운이 겹치는 날이었던가! 운 좋게도 내 뚜껑에 영화  배우 사진이
들어 있었다. 이제 두 개만 더 모으면 야구모자를 경품으로 받을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아버지에게 고맙다고 말하고는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여름 오후의 수영을 즐기러 갔다.
 그날 나는 호수에서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돌아왔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는  우연히 부모님께서 대화를  나누시는 걸 엿듣게 되었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약간 화가 나신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이름이 언급되고 있었다.
 "콜라 사 줄 돈이 없다고 말씀을  하셨어야죠. 브라이언도 알아들을 나이가
됐어요. 그 돈은 당신이 점심 사 드실 돈이었잖아요. 우리가 돈이 여유가 없
다는 걸 아이들에게도  일깨워 줘야 해요. 그리고 당신이 자꾸만  점심을 굶
으면 어떻게 해요."
 아버지는 늘 하시던 대로 그냥 어깨만 으쓱해 보이실 뿐이었다.
 내가 엿듣고 있다는 걸 엄마가  알아채시기 전에 나는 서둘러 계단을 올라
가 내 방으로 갔다. 그 방은 우리 네 명의 형제들이 함께 쓰는 방이었다.
 호주머니를 비우자  많은 문제를 일으킨  콜라 병뚜껑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그때까지  모은 여섯 개의 병뚜껑들이 있는 곳에다  놓았다. 그
제서야 나는 그 병뚜껑들을 위해 아버지가 얼마나 큰 희생을 해오셨는지 깨
달았다.
 그날 밤 나는 그 희생에 보답하기로 혼자서  약속했다. 아버지가 그날뿐 아
니라 전에도 수없이 나를 위해 희생하셨음을 내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언
젠가는 아버지에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하신  일들을 나는
결코 잊지 않으리라.
 아버지는 아직  젊으셨던 47세에 첫  번째 심장마비를 일으키셨다.  우리들
아홉 식구를 먹여 살리느라고  밤낮으로 직장을 세 군대나 다니면서 힘들게
일하신 것이 끝내 아버지를 망가뜨렸던 것이다. 부모님의  결혼 25주년 기념
일 저녁에 우리들 중 가장 체구가 크고 가장 강하고 가장 목소리 굵던 아버
지는 식구들에 둘러싸인 채 갑자기 바닥에 쓰러지셨다.  어린 우리들이 절대
로 뚫을 수  없다고 여겼던 그 단단한  갑옷이 처음으로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8년에  걸쳐 아버지는 세 차례나  더 심장마비의 고통을 겪으시면서
힘겹게 생활고와 싸우셨다.  그러다가 마침내 가슴에 심장  박동 조절장치를
메단 사람이 되시고 말았다.
 어느 날 오후  아버지의 자동차가 고장이 났다. 4륜 구동의  파란색 차였는
데 너무 낡아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아버지는 병원에 정기  검진을 받으러
가야 하는데 나더러  태워다 달라고 전화를 거셨다.  한 시간 뒤 나는  차를
몰고 소방서로 갔다. 아버지가 다른 소방대원들과 함께  소방서 앞에 나와서
누군가 새로 산 파업 트럭을 구경하고 계셨다. 짙은  바다색의 포드 회사 제
품이었다. 얼른 보기에도 아주 잘 뽑아져 나온 차였다. 내가 아주 멋진 차라
고 말하자 아버지는 당신도 언젠가 그런 트럭을 가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둘 다 웃었다. 그것이 항상 아버지의 꿈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항상
이루기 힘든 꿈처럼 보였다.
 이 무렵  나는 개인적으로 사업이 잘  되어 나가고 있었고,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아버지에게 트럭을  한 대 사드리겠다고 제안했다. 하
지만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돈으로 그걸 사지 않으면 도무지 내 차라는 기분이 들지않거든."
 병원 진료실에서 걸어나오는 아버지를 보니 얼굴이  창백하셨다. 주사 바늘
로 수없이 찔리고 검사받고 진찰받느라 몹시 지치신 것이다.
 "그만 가자."
 그것이 아버지가  하신 말씀의 전부였다.  차를 세워둔 곳까지  걸어가면서
나는 문가 잘못됐음을 알았다. 우리는 말없이 차를 몰았다. 무엇이 잘못됐는
지 아버지가 어떤 식으로든 내게 말씀하시겠지 하고 나는 기다렸다.
 나는 소방서까지 먼 길을 차를 몰았다. 우리가  옛날에 살던 집, 운동장, 호
수, 모퉁이의 구멍가게를 지나가는 동안 아버지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과 그
각각의 장소들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들에 대해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죽어가고 있음을 나는 이때 알았다.
 내가 아버지를 바라보았더니,  아버지는 나를 쳐다보시며 고개를  끄덕이셨
다.
 난 이해했다.
 우리는 도중의 아이스크림 가게에 내려 15년만에 처음으로 단 둘이서 아이
스크림을 먹었다. 그날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오랜만에 우리가 나눈
진정한 대화였다. 아버지는 우리 자식들이 무척 자랑스러우며, 죽는 것이 두
렵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두려워하는 것은 평생을  함께 살아온 어
머니와 결별하는 일이었다.
 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웃었다. 아버지처럼 한 여자와 그토록  깊은 사랑
에 빠진 남자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날 아버지는 자신에게 임박한 죽음에 대해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 것을
나에게 부탁하셨다. 아버지의 소원대로 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나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지키기 힘든 비밀임을 알았다.
 이 무렵 아내와 나는 승용차든  소형 트럭이든 새 차를 한 대 구입할 생각
이었다. 아버지는 마침 근처에 있는 자동차 대리점의  판매사원을 알고 계셨
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어떤 차가 좋을지 함께 보러 가자고 부탁했다.
 자동차 전시장으로 가서 판매사원과 얘길 나누는 동안 나는 아버지가 초콜
릿 빛깔의 갈색 픽업 트럭을 유심히 바라보고 계신  걸 눈치챘다. 모든 선택
사양이 완전히 장착된 대단히 멋진 차였다. 아버지는  마치 조각가가 자신의
작품을 점검하듯이 손으로 트럭을 쓰다듬으셨다.
 나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 제 생각엔  아무래도 승용차보다는 트럭을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요. 기름 소모가 적은 소형 트럭을 사야겠어요."
 판매사원이 제품 설명서를 가지러  사무실로 들어간 사이에 나는 아버지에
게 그 갈색 트럭을 한 번 시운전해 보자고  제안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흔드
셨다.
 "이 차는 너무 비싸서 네 형편으론 살 수 없다."
 내가 말했다.
 "저도 그건 알아요. 아버지도 아시구요. 하지만 판매사원은 제 형편이 어떤
지 모르잖아요."
 아버지가 운전대를 잡으셨다. 우리는 곧장 27번 도로로 달려나갔다. 장난꾸
러기 아이들처럼 우리는  신이 났다. 10분 정도 운전을 하면서  아버지는 정
말 승차감이  좋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옆에 앉아서 모든 버튼과  경음기를
눌러대며 장난을 쳤다. 
 전시장으로 돌아온 우리는 다시 파란색의 소형 선다우너 트럭을 골라 시운
전을 했다. 아버지는 이 트럭이 내가 운전하게 될  거리로 보나 기름 소모로
보나 가장 적합하다고 조언을 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의견에 동의하고 다시
전시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판매사원과 거래를 끝냈다.
 며칠 뒤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산 트럭을 가지러 가자고 부탁
했다. 아버지는 얼른 동의하셨다. 아버지가 그렇게 얼른 동의하신 것은 지난
번의 그 갈색 트럭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시기 위한 것임을  난 알았다.
아버지는 그 트럭을 '나의 갈색 트럭'이라고까지 하셨다.
 우리가 전시장 마당으로 갔을 때 내가 산 파란색 소형 선다우너 트럭이 판
매 딱지를 붙이고  그곳에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광택이 나도록
잘 닦인 그 갈색  픽업 트럭이 역시 유리창에 커다랗게 <팔렸음>이란 딱지
를 붙인 채 서 있었다.
 나는 슬쩍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역력한 걸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셨다.
 "누군가 멋진 트럭을 샀구나."
 난 다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 직원에게  제가 왔다고 말씀해 주시겠어요?
차를 주차하는 대로 곧 뒤따라 갈게요."
 아버지는 차에서 내려 그 갈색 트럭 앞을  지나가셨다. 그러면서 손으로 그
차를 쓰다듬으셨다.  나는 아버지의 얼굴에  다시금 실망감이 스치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건물 안쪽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바깥에 선 채로 유리창을 통해
사무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 자신의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신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판매사원은 의자를 권한 뒤  트럭 열쇠 하나를 아버지
에게 건넸다. 바로 그 갈색 트럭의 열쇠였다. 판매사원은 이어서 아버지에게
그것이 내가 아버지를 위해  드리는 선물이며 이것은 둘만의 비밀이라는 걸
설명했다.
 아버지가 유리창  밖을 쳐다보셨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우리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날 밤 아버지가 차를  몰고 오셨을 때 난 집 밖에서  기다렸다. 아버지가
트럭에서 내리자 난  아버지를 힘껏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내
가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씀드렸다. 또 나는 이것이 우리  두 사람
의 비밀임을 아버지께 상기시켰다.
 그날 저녁 우리는 드라이브를 나섰다. 아버지는 그  트럭의 다른 것들은 다
이해가 가는데, 핸들  중앙에 코카콜라 병뚜껑이 막혀 있는 것은  무슨 의미
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 브라이언 키페

☞ 삑삑도요새가 당신에게 기쁨을 가져다 줍니다

 여러 해 전 이웃에 사는 어떤 여성이 미국 북서부의 해변에서 겨울을 보낼
때 경험한 일을 내게 들려 준 적이 있다. 그  이야기는 내 마음속에 깊은 인
상을 남겼다. 나는  그녀가 들려 준 내용을 그대로  글로 적어 놓았다. 훗날
문인들의 모임에서 내가 발표할 차례가 돌아왔을 때 나는 그 이야기를 발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그 여성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나는 아직도 처음  그 이야기
를 들었을 때처럼 그것으로부터 받은 깊은 인상을 지워 버릴 수 없다.
 
 내가 사는 집  부근의 해변에서 그 여자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아이는
여덟살이었다. 세상이 나에게  문을 닫아 버릴 때마다 나는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해변까지 차를 몰고 가곤 했다.
 아이는 모래성인지  뭔지를 만들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눈동자가 바다처럼 파란색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이가 명랑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
로 인사를 대신했다. 꼬마아이에게 신경쓸 기분이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가 말했다.
 "난 지금 뭘 만들고 있는 중이에요."
 난 별로 관심을 갖지 않으며 건성으로 물었다.
 "나도 그건 안다. 근데 뭘 만들고 있는 거니?"
 아이가 대답했다.
 "나도 잘  몰라요. 난 그냥 모래가  손바닥에 닿는 걸 느끼고  있을 뿐이에
요."
 괜찮은 소리군,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신발을 벗어들었다. 그때 삑삑도
요새 한 마리가 근처를 날았다.
 아이가 말했다.
 "저 새는 기쁨이에요."
 "저게 뭐라고?"
 "기쁨이에요. 엄마가 그랬는데 삑삑도요새는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 준대
요."
 그 새는 해변 저쪽으로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나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잘 가라, 기쁨아. 그리고 어서 와라. 고통아."
 나는 그 자리를 떠나기 위해  몸을 돌렸다. 나는 절망에 빠져있었다. 내 삶
은 완전히 균형을 잃은 상태였다.
 그러나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줌만 이름이 뭐예요?"
 내가 대답했다.
 "루쓰. 난 루쓰 피터슨이야."
 아이가 말했다.
 "제 이름은 윈디예요."
 아이는 웬디라는 이름을  윈디라고 발음하고 있었다. 정말로 그  이름이 바
람 부는 것(윈디)처럼 느껴졌다.
 "그리구 여덟살이에요."
 "안녕, 윈디!"
 내가 그렇게 부르자 아이는 낄낄거렸다.
 "아줌만 재미있으세요."
 우울한 기분에도 불구하고 나도 따라 웃었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이의 음악소리 같은 웃음이 계속해서 날 따라왔다. 아이는 말했다.
 "또 오세요. 피터슨 아줌마. 또다시 행복한 날이 찾아올 거예요."
 그 다음 몇 일, 몇 주 동안을 나는  완전히 타인들을 위해 시간을 쏟아야만
했다. 버릇없는 보이스카웃  단원들, 교사와 학부모의 만남, 몸이  불편한 어
머니….
 설거지를 끝내고 났는데 아침해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에
게 말했다.
 "난 삑삑도요새가 필요해."
 나는 서둘러 코트를 챙겨 입었다.
 해변의 변함없는  위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이 약간  쌀쌀했지만
나는 내게  필요한 고요를 되찾으려고  노력하면서 해변을 따라 걸었다.  난
그 아이에대해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갑자기 내  앞에 나타
났을 때 깜짝 놀랐다.
 "안녕하세요, 피터슨 아줌마. 저랑 함께 놀이 하실래요?"
 난 약간 성가신 투로 되물었다.
 "무슨 놀이를 하고 싶나?"
 아이가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줌마가 말해 보세요."
 난 약간 빈정거리듯 말했다.
 "엉덩이로 글씨 쓰는 놀이라도 하고 싶어서 그러니?"
 딸랑거리는 웃음소리가 또다시 터져나왔다.
 "전 그게 어떻게 하는 놀인지 잘 몰라요."
 "그럼 그냥 걷자꾸나."
 아이를 바라보면서 나는 아이의 얼굴이 매우 섬세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
음을 눈치챘다. 내가 물었다.
 "넌 어디 사니?"
 "저기요."
 아이는 여름  별장들 중 하나를  가리켜 보았다. 이상하군, 나는  생각했다.
겨울철인데 여름 별장에서 살다니.
 내가 다시 물었다.
 "학교는 어딜 다니니?"
 "전 학교에 다니지 않아요. 엄마가 그러는데 우린 지금 방학이래요."
 해변을 따라서 걷는 동안 아이는  어린 여자애들이 흔히 하는 얘기들을 재
잘거렸다. 하지만 내  마음은 딴 데로 가 있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갈 때쯤
웬디는 행복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  나도 아이에게
미소를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3주가 지나자 나는 거의 미쳐 버릴 것 같은 마음 상태가 되어 다시 해변으
로 달려갔다. 나는 웬디에게  인사를 할 기분도 아니었다. 아이의 엄마가 여
름 별장의 현관에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아이를 집  안에
있게 하라고 고함을 쳐 주고 싶었다.
 웬디가 내게 말을 걸었을 때 나는 심통맞게 말했다.
 "얘야, 미안하지만 난 오늘은 혼자 있고 싶구나."
 아이는 전과 다르게 얼굴이 창백하고 숨이 가빠 보였다. 아이가 물었다.
 "왜요?"
 나는 아이에게 얼굴을 돌리며 소리쳤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으니까 말야!"
 그리고 나는 후회했다. 오,  하느님! 내가 지금 어린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그랬군요. 그럼 오늘은 행복하지 않은 날이네요."
 "그래. 어제도 그랬고, 그저께도 그랬고, 그그저께도 그랬어. 언제나 행복하
지 않았어. 아, 넌 저리 가거라."
 "그것 때문에 마음이 상하셨어요?"
 "무엇 때문에 마음이 상했다는 거니?"
 나는 아이에게, 또 나 자신에게 화가 나서 소리쳤다. 아이가 말했다.
 "아줌마 엄마가 돌아가신 것 말예요."
 "물론 상하다마다!"
 나는 닦아세우듯이 말하고는 내 자신에게 파묻혀 그 자리를 떠났다.
 그로부터 한 달여쯤  지나 내가 다시 그 해변으로  갔을 때 아이는 거기에
없었다. 죄책감이 들고  부끄러운 마음도 들어서 나는  아이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산책을  마친 뒤 그 여름  별장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짙은
갈색 머리에 찡그린 얼굴을 한 젊은 여자가 문을 열었다.
 내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 루쓰  피터슨이라고 해요. 댁의 딸이 보고  싶어서 왔어요.
오늘은 어딨는지 안 보이는군요."
  "아, 예. 피터슨 부인. 어서 들어오세요."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웬디에게서 부인에 대해  많이 들었어요. 아이가 부인을  괴롭히지나 않았
는지 걱정되는구요. 아이가 귀찮게 했다면 제가 대신 사과드려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웬디는 무척 명랑한 아이인 걸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내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스스로 놀랐
다.
 "그런데 어딜 갔나요?"
 "웬디는 지난주에 죽었답니다. 피터슨 부인. 그 애는 백혈병을 앓고 있었어
요. 아마 부인께는 말씀드리지 않았을 거예요."
 나는 충격을 받고 의자를 움켜잡았다.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앤 이 해변을  무척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 얘가 여길  오자고 했을 때
우린 안 된다고 할  수 가 없었어요. 이곳으로 와서 건강이 좋아진  것 같았
고, 그 애가 말하듯이 행복한  날들을 많이 가졌어요. 하지만 지난 몇 주 동
안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더니 그만…."
 그녀는 말을 맺지 못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그 애가 부인께 전하라고 남긴 게 있어요.  그걸 어디다 뒀더라… 제가 그
걸 찾는 동안 잠깐만 여기 앉아 계세요."
 난 바보처럼 고개만  끄덕였다. 이 사랑스런 젊은 여자에게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 무슨 말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했다.
 그녀는 내게  때묻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겉봉에는 어린아이의  필체로
큼지막하게 <피터슨 아줌마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봉투 안에는 그림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밝은 색상의 크레용으로 노란 해변과 파란 바다.  그리고 갈색새 한 마리가
그려진 그림이었다. 그림 밑에는 정성들인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삑삑도요새가 당신에게 기쁨을 가져다 줍니다.

 눈물이 내 눈에서  흘러내렸다.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거의 잊고  지내온 내
가슴이 활짝 열렸다. 나는 두 팔로 웬디 어머니를 껴안았다.
 "정말로 안됐어요. 정말 안 된 일이에요. 정말로."
 나는 그렇게 계속 중얼거렸다. 우린 둘 다 흐느껴 울었다.
 지금 그 소중한 작은 그림은 액자에 넣어져 내  방에 걸려 있다. 그것을 바
라볼 때마다 그 아이가 산  인생처럼 짧기만한 그 문장이 나에게 마음의 평
화와 용기와 무조건적인 사랑을 말해준다. 그것은 바다처럼  파란 눈과 모래
빛깔의 머리칼을 가졌던 한 소녀가 나에게 준 선물이다.  그 아이가 내게 사
랑의 선물을 전해 준 것이다.
                                                - 메리 서먼 힐버트

☞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

 작가이며 유명한 연사인 레오 버스카글리아가 한 번은 자신이 심사를 맡았
던 어떤 대회에 말한 적이 있다. 그 대회의 목적은  남을 가장 잘 생각할 줄
아는 아이를 뽑는 일이었다.
 레오 버스카글리아가 뽑은 우승자는 일곱 살의 일이었다.
 그 아이의  옆집에는 최근에 아내를 잃은  나이 먹은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 노인이 우는 것을 보고 어린 소년은 노인이  사는 집 마당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노인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 엄마가 나중에  아이에게 이웃집 노인
께 무슨 위로의 말을 했느냐고 묻자 어린 소년은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다만 그 할아버지가 우는 걸 도와드렸어요."
                                - 엘렌 크라이드먼·도나 버나드 제공

☞ 전화 안내원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집은 여러 이웃들 중에서 거의 첫 번째로 전화를
설치했다. 광택이 나는  참나무 전화상자가 층계참 벽면에  단단히 부착되던
그날의 일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상자 옆에는  반짝이는 수화기가 매달려
있었다. 105번. 나는 그 때의 전화번호까지도 기억한다.
 나는 너무 어려서  전화기에 키다 닿지도 않았지만  엄마가 전화기에 대고
대화하는 것을 호기심에 차서 듣고 했다. 한 번은  엄마가 나를 번쩍 들어올
려 출장중이신 아버지와 얘길 나누게 해주었다. 그것은 마술 그 자체였다!
 얼마 후에 나는 그 경이로운 장치 속 어딘가에 굉장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여성의  이름은 '전화 안내원'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모
르는 건 다른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물을 수 있었다.  또 우리집 시계가 고장
났을 때도 안내원은 즉각적으로 정확한 시간을 알려 주었다.
 이 수화기 속의 요정과 내가 첫 번째로 대화를 나눈 사건은 엄마가 이웃집
에 놀러간 사이에  일어났다. 지하실에서 연장통을 갖고 놀던 나는  그만 망
치로 손가락을 후려치고 말았다. 아픔을 참을 수가  없었지만 아무리 울어도
소용없을 것만 같았다.  집에는 내게 동정심을 표시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
었던 것이다.
 나는 욱신거리는 손가락을 빨며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계단이 있는
곳까지 이르렀다. 그때 전화가 눈에 띄었다. 아, 그렇다! 나는 재빨리 거실에
있는 앉은뱅이 의자를  낑낑거리며 층계참까지 끌고 올라갔다.  의자에 올라
선 나는 수화기를  들어 귀에 갖다댔다. 그리고는 내 머리보다  약간 위쪽에
있는 전화기 송화구에 대고 "안내원!" 하고 불렀다.
 찰칵 하는 소리가 한두 번  난 뒤 작지만 뚜렷한 목소리가 내귀에 대고 말
했다.
 "안내원입니다!"
 나는 전화기에 대고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다쳤어요. 엉엉."
 이제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안내원이 물었다.
 "엄마가 집에 안 계시니?"
 나는 계속 엉엉 울면서 대답했다. 
 "집엔 나밖에 없어요."
 "피가 나니?"
 "아니오. 망치로 손가락을 때렸어요."
 그녀가 물었다.
 "집에 얼음통이 있니?"
 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얼음  한 조각을 깨서 네  손가락에 대고 있으렴. 그럼  아픔이 가실
거야. 얼음 깰 때 조심하구."
 그러면서 그녀는 부드럽게 타일렀다.
 "이제 그만 울어. 괜찮을 테니까."
 그 사건 이후 나는 무슨 일이 있기만 하면  전화 안내원을 찾았다. 내가 지
리 숙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면 그녀는 필라델피아가 어디쯤 있고 오리노
코 강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그 낭만적인  강에 대해 들으면서 나
는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꼭 그 강을 탐험해 보겠노라고 결심했다.  또 그
녀는 내 산수 공부를 도와 주었으며, 전날 내가  공원에서 잡아온 애완용 얼
룩다람쥐가 과일과 열매만을 먹는다는 것도 가르쳐 주었다.
 또 우리집에서 기르는  애완용 카나리아 새가 죽었을  때도 나는 안내원을
불러 그 슬픈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가만히 듣고  있더니 어른들이 흔히 아
이들을 달랠 때  하는 말로 나는 위로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난  슬픔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토록 아름다운 노래로  온 가족에게 기쁨을 주던  새가
왜 갑자기 깃털이 수북이 빠진 채로 새장 바닥에 죽어 있어야 하는지 난 이
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내 큰 슬픔을 눈치챈 듯 조용히 말했다.
 "폴, 노래 부를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결코 잊으면 안 돼."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다소 진정이 되었다.
 다른 날도 전화기에  매달렸다. 이제는 귀에 익숙해진  목소리가 "안내원입
니다." 하고 말했다.
 나는 물었다.
 "<붙이다>를 어떻게 써요?"
 "벽에 붙이는  걸 말하니, 아니면 편지를  부치는 걸 말하니?  벽에 붙이는
것일 때는 <붙-이-다>라고 써야 해."
 그 순간이었다.  나에게 겁주는 걸 광적으로  좋아하는 두 살 위의  누나가
계단에서 점프를 하며  내게 덤벼들었다. 그리고는 "우히히히!" 하고 귀신처
럼 고함을 질렀다. 나는  놀라서 앉은뱅이 의자에서 넘어졌다. 그 바람에 수
화기가 전화통에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둘 다 겁에 질렸다. 안내
원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수화기를 잡아뽑는  바람에 그녀
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 아닌가 몹시 걱정이 되었다.
 몇 분 뒤 어떤 남자가 현관에 나타났다.
 "난 전화기  수리하는 사람이다. 저  아래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안내원이
너희 집 전화에 문제가 생겼다고 알려 주었다."
 그 남자는 내 손에 들려져 있는 수화기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난 거니?"
 난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걱정마라. 일이 분 정도면 다시 연결할 수 있으니까."
 그가 전화통 뚜껑을 열자 전선줄과 코일이 미로처럼 연결된 내부가 드러났
다. 그는 수화기  코드를 이리저리 만지고는 작은 십자 드리아버로  나사 몇
개를 조였다. 그리고는 후크를 몇 차례 누르고 나서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여보세요. 나 피터요.  105번 전화는 이제 아무 이상 없어요.  아이의 누나
가 아이를 미는 바람에 수화기 코드가 전화기에서 빠진 것뿐예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은 뒤 머리를 쓰다듬고는 밖으로 나갔다.
 이 모든 일이 태평양 북서 해안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났다. 그러다가 내가
아홉 살이 되었을  때 우리집은 대륙 건너편의 보스톤으로 이사를  갔다. 나
는 내 가정교사를 잃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안내원은  옛날에 살던 집의 나
무상자로 된 그 낡은 전화통 속에만 살고 있었다.  나는 웬일인지 새로 이사
간 집의 거실 테이블 위에 날렵한 새 전화기를 시험해 볼 마음이 나지 않았
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어서도 어렸을 때의  그 대화에 대한 기억들이 한 번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종종 인생에 대한  의심과 불안과 순간들이 닥쳐
올 때면 나는 전화 안내원에게서  올바른 해답을 들었을 때 느꼈던 그 안도
감과 마음의  평화를 회상하곤 했다.  그녀가 얼마나 많은 인내심과  친절한
마음을 갖고 한 어린 소년을 대해 주었는가를 깨닫고 나는 뒤늦게나마 감사
한 생각이 들었다.
 몇 해가 흘러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다시 미국  서부로 가던 도중에 내가
탄 비행기가  시애틀에 도착했다. 나는  다른 비행기로 갈아탈 때까지  3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나는 당시 그곳에서 아이의 엄마가  되어 행복
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누나에게 전화를 하면서 15분을  보냈다. 그러다
가 나는 아무  생각없이 내가 옛날에 살던  고향 마을의 전화 안내원에게로
다이얼을 돌렸다. 그리고는 "안내원 부탁합니다." 하고 말했다.
 기적처럼, 나는 다시금 그 작고  뚜렷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너
무도 잘 기억하고 있는 바로 그 목소리였다.
 "안내원입니다."
 나는 미리 그럴 계획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붙이다>를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시겠어요?"
 한참 동안 침묵이 있었다. 그런 다음 부드러운 대답이 흘러나왔다.
 "지금쯤 손가락이 다 나았겠지?"
 난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아직도  옛날의 당신이군요. 그  시절에 당신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아마 당신은 모르셨을 거예요. 이걸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 시절에 네가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넌 아마  몰랐을 거다.
내게는 아이가 없었지.  그래서 난 언제나 네가  전화해 주기를 기다렸단다.
내 얘기가 참 바보처럼 들리지?"
 그렇지 않았다. 전혀  바보처럼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난 그렇게 말해 줄
수가 없었다. 그 대신 나는 지난 여러 해 동안  내가 얼마나 자주 그녀를 생
각했는가를 말했다. 그리고  첫 학기를 마치고 방학때 누나를 만나러  올 텐
데 그때 다시 전화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말했다.
 "물론이지. 네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게. 샐리를 찾으면 돼."
 "그럼 안녕히 계세요. 샐리."
 안내원이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렸다. 난 말했다.
 "다음 번에 또 얼룩다람쥐를  만나면 과일이나 열매를 먹으라고 말해 줄께
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하렴. 난 네가 오리노코 강을 탐험할 날을 기대하고 있으마. 잘 지
내라. 안녕."
 정확히 석달 뒤 나는 다시 시애틀 공항으로  돌아왔다. 다른 목소리가 대답
했다.
 "안내원입니다."
 나는 샐리를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샐리의 친구인가요?"
 나는 대답했다.
 "네, 아주 오래된 친구죠."
 "그럼 안  좋은 소식이지만 말씀드려야 할  것 같군요. 샐리는 지난  몇 해
동안 시간제로만 여기서 일을 했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샐
리리 5주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잠깐만요. 지금 전화 거신 분 이름이 빌리아드라고 했나요?"
 "네."
 "샐리가 당신에게 전해  주라고 메시지를 남겼군요. 짤막한  메모를 남겼어
요."
 나는 얼른 알고 싶어 물었다.
 "무슨 내용이죠?"
 "이렇게 적혀 있군요. 제가 읽어  드릴게요. <빌리아드가 전화를 하면 이렇
게 전해 주세요. 나는 아직도 노래 부를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믿는다구요.
그렇게 말하면 무슨 뜻인지 알 거예요.> 이게 전부군요."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샐리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알았다.
                                                      - 폴 빌리아드

☞ 마술이 장님 소녀를 눈뜨게 한 이야기
 내 친구 휘트는  프로 마술사이다. 그는 로스엔젤레스의 한  레스토랑에 고
용되어, 매일 저녁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테이블을 돌면서 우스갯짓을
하거나 테이블 가까이서 마술을 펼쳐보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그는 한  가족에게로 다가가 자신을 소개한 뒤 카드 한 벌을
꺼내어 마술 시범을  보이기 시작했다. 휘트는 가족 중의 한  소녀에게 카드
를 한 장 뽑으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소녀의 아버지가  자기 딸 로라는 장님
이라고 설명했다.
 휘트가 말했다.
 "그건 상관없습니다. 로라만 좋다면 저는 어쨌든  이 마술을 계속해 보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서 휘트는 소녀에게 몸을 돌리고 말했다.
 "로라, 내가 마술을 해 보려고 하는데 네가 좀 도와 줄 수 있겠니?"
 약간 부끄럼을 타면서 로라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대답했다.
 "네, 좋아요."
 휘트는 소녀를 마주보며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는 소녀를 쳐다보
며 말했다.
 "내가 지금 카드 한  장을 뽑아들겠다, 로라. 카드는 검은색 아니면 빨간색
중 하나가 될  거야. 이제부터 넌 너의  영적인 힘을 사용해서 내가  뽑아든
카드가 빨간색과 검은색 중 어느 것인지 알아맞추는 거다, 잘 알아듣겠니?"
 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휘트는 카드 중에서 검은색 카드 킹을 뽑아들고 물었다.
 "자, 로라. 이것이 빨간색 카드인지 검은색 카드인지 알아맞춰 보겠니?"
 잠시 후 장님 소녀는 대답했다.
 "검은색이에요."
 소녀의 가족은 모두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휘트는 다시 빨간색 하
트7을 뽑아들고 물었다.
 "이번에 빨간색일까, 검은색일까?"
 로라가 말했다.
 "빨간색이에요."
 이번에도 로라는 알아맞췄다. 그러자 휘트는 세  번째로 빨간색 다이아몬드
3을 뽑아들었다.      "이것은 빨간색일까, 검음색일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로라가 대답했다.
 "빨간색이요!"
 소녀의 가족은 점점 더 흥분해서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휘트는 카드 석
장을 더 시험했다.  그럴 때마다 로라는 정확히 답을  맞췄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섯  장의 카드를 한 장도 틀리지  않고 모두 맞춘 것이다!
소녀의 가족은 소녀가 가진 능력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일곱 번째에 이르러 휘트는 하트 5를 뽑아들고 물었다.
 "자, 로라. 이번에는 이 카드와 숫자와 종류를 알아맞춰 보겠니? 이것이 하
트일까, 다이아몬드일까, 클럽일까, 아니면 스페이드일까?"
 잠시 후 로라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카드는 하트 5예요."
 소녀의 가족은 모두 숨이 막혔다. 다들 놀라서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녀의 아버지는 휘트에게 지금 어떤 종류의  속임수를 쓰고있는지, 아니면
정말로 마술인지를 물었다.
 휘트가 대답했다.
 "댁의 따님에게 직접 물어 보시죠."
 아버지가 물었다.
 "로라,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니?"
 로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마술이에요."
 휘트는 그 가족과 악수를 하고  나서 로라와 한 번 포옹을 한 뒤에 자신의
명함을 건네 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 두말 할 필요없이 휘트는 이  가족 모
두에게 결코 잊지 못할 마술적인 순간을 선물한 것이다.
 물론 의문은 남아 있다. 어떻게 로라는 카드의  색깔을 알아맞췄을까? 휘트
는 레스토랑에서 그 가족을 만나기  전에는 한 번도 그녀를 만난 적이 없었
다. 따라서  사전에 미리 어느  카드가 빨간색이고 어느 카드가  검은색인지
알려 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로라는 장님이었기 때문에 앞에  있는 카드의
색깔과 종류를 분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일일까?
 휘트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이 기저을 아무도 모르는 비밀 신호와
순간적인 재치로서 해낼  수 있었다. 마술 경력을 쌓던 초기에  휘트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단지  발의 신호를 이용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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