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조 시대 여승진이라는 학자가 살았다.
그는 엄격한 가정 교육을 받은 데다
부지런하고 친절해 남과 다투는 일이 없었다.
또 아랫사람을 인자하게 가르쳐 훌륭한 가풍을 이어 갔다.
시간이 갈수록 여승진 가문의 명성은 먼 곳까지 퍼졌다.
한편 남강 군수 이아는 매우 정직한 사람이었다.
그는 수많은 귀족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법을 집행했다. 그러다 보니 차츰 원성을 샀고
그를 눈엣가시로 여긴 한 귀족의 모함으로 파면되었다.
이아는 새로 부임할 군수에게 집을 내주어야 했다.
어디로 이사할지 막막했지만 아무 곳에서나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아는 발품을 팔아 여기저기 알아보았고,
누군가에게서 여승진의 인품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침 그때,
여승진의 이웃이 집을 100냥에 내놓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아는 얼른 집주인을 찾아가서 집을 1,100냥에 사겠다고 말했다.
집주인은 매우 만족해 하며 지체하지 읺고 집을 팔았다.
이아가 이사 온 다음 날,
여승진은 환영의 인사를 전하며 방문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집값을 들은 여승진은 크게 놀랐다.
“새로 지은 집도 아니고, 넓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비싸게 사셨습니까?
혹시 사기라도 당하신 건 아닌지....”
그러자 이아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는 100냥으로 집을 사고, 나머지 1,000냥으로
선생님처럼 훌륭한 이웃을 접할 기회를 산 것입니다.”
(‘좋은생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