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다. (20130514) > 이아브라함 목사님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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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다. (201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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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 뭔가를 사러 Rite Aid에 들렸다가 갑자기 기승을 부리는 더운 날씨 때문인지 무심코 아이스크림 Cone을 한 개 샀습니다. 막상 손에 들고 보니 머리 허연 노인으로서 그 자리에 서서 먹기도 그렇고 어디 앉을 데도 없는지라 엉거주춤 하다가 차에 앉아서 먹고 있는데, 바로 그 순간 머릿속의 시계가 갑자기 반세기 훨씬 전으로 역회전을 하면서 어떤 소년을 비춰 주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깡촌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중학교 일학년을 시작한지 몇 달 된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마을 모든 사람이 서로서로를 잘 알고, 이끝에서 저끝까지 불과 몇걸음이면 오가는 작은 동네에서 국민학교를 마치고, 갑작스레 수도 서울로 왔지요. 큰 도시가 너무나도 우람하여 그 충격을 감당하기가 어려운데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아서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만 하였지요. 어릴 때부터 집 밖에만 나오면 공연히 두려워하며 유난히도 부끄러움을 타던 소년이었기에 서울 생활에 적응하기가 심히 어려웠습니다. 

그 소년은 어느 날인가 벼르고 벼른 끝에 용기(?)를 내어 당시 시골에는 없던 아이스케키를 한 개 샀습니다. 그런데 막상 손에 들고 보니 모든 사람이 자기를 처다 보는 것 같아서 어쩔줄을 모르다가 결국 어느 모퉁이에 숨듯이 앉아서 먹게 되었습니다.

그 소년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반세기의 인생의 여정이 fast forwarding 하는 비디오 마냥 눈 앞을 스쳐 지나더니 다시 머리 허연 노인의 모습을 비추었기 때문입니다.

그토록 소심하고 여리기 짝이 없어 골목 어귀에 숨어서 아이스케키를 먹던 그 소년은 반세기를 훌쩍 넘기며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예수님을 알게 되었고, 미국이민을 결행하게 되었고, 온갖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는 목회자가 되고, .... 그리고 여기 지금 차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네요.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로 말미암아 그나마 사람구실을 조금이나마 하게 된 인생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어서, 주님 앞에 그저 무익한 종으로 지나온 세월 속에서 뭔가 모질게 가슴에 맺힌 것이 있어서인지 말입니다.

그야말로 “...지붕 위에 외로운 참새 같은...”(시 103:5) 두려움 많던 나를, “독수리의 날개 치며 올라감“(사 40:31) 과 같은 믿음의 사람으로 변화시키시고, 인도하시고, 사역을 이루신 우리 주님을 찬양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오늘이라는 이 시각에도 얼마나 많은 인생들이 적응하기 힘든 세파에서 감당할 수 없는 인생의 짐을 지고 이 골목 저 모퉁이에서 새가슴을 움켜쥐고 전전긍긍할까 하는 마음에 슬픔이 더욱 세차게 밀려옵니다. 

신분문제, 자녀문제, 물질문제, 인간관계의 문제, 건강문제, 죄 문제, ..... 어디 한 군데 마음 놓고 내 놓을 곳도 없는, 비정하기 짝이 없는 대도시의 문명, 비뚤어진 듯 보이는 이민 사회의 실상 앞에 내 던져지듯 한 인생들....

그래서 주님께서 안타까운 목자의 심정으로 거룩한 부르심에의 초대를 하셨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비록 아무 이룬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이 한 세상을 산 인생일 뿐이지만, 사랑하시는 주님의 초대장을 배달하는 이름 모를 "흰 머리의 노인"으로 기억되면 그 또한 족한 일입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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