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0주년에 드리는 헌시(200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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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내 사라에게
그 무슨 곡조로도 부를 수도 없는 것은
고귀한 희생이 퇴색할까 함이요.
아름다운 어조로도 읊조릴 수도 없는 것은
미망(未忘)이 가슴을 누르기 때문이요.
한루(恨淚)를 찌어 피울 수도 없는 것은
세월이 내 눈물을 앗아갔기 때문입니다.
인정머리 없는 서릿바람 앞에
들레기는커녕 외마디 비명조차 없이
속으로 삭이다, 삭이다 오그라든 심장.
비바람에 녹슬고 멍든 물받이가 되어
핏빛 사랑을 흘려보낸 그 세월이 얼마인가?
산촌(山村) 곁 자락에 흩뿌려진 무명초
고혹적인 빛깔도, 요란한 향기도 없이
인적 드문 골짜기를 운명처럼 지키면서
눈길은 먼데 하늘 끝 가생이에 두고
무심한 벌판을 멍청하게도 지키던 인종(忍從).
그 곁으로 몇 바람이 스쳐 지나갔는가?
테를 둘러 더욱 가여운 금간 질화로
이제는 바각거리는 육신이 한(恨)스럽기만 한데
다독인 재속에 남은 가녀린 불씨는
뎁히는 재주도, 불붙는 열기도 없지마는
꺼진 듯, 숨죽이며
여전히 냉(冷) 고래를 지켜온 정염(情炎).
찬 서리 몇 겹이나 할퀴고 지나갔는가?
어김없이 돌아오는 아침
매일 같이 되풀이 되는 하루
식탁 위에 가지런히 펴진 성경,
마시다만 커피 잔과 접시,
무슨 기원(祈願)인가를 긁적인 노트 장이 있고
언제나 그러하듯,
당신의 따스한 미소가 거기 또 감돌고.....
헌데,
서둘러 벗어 던지고 간 구겨진 슬리퍼엔
고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내 마음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일어
메어오는 분노로 아픈데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는 음성이 있어
아침 햇살을 마주보니 눈이 부시다.
당신, 이사라!
내 인생의 구비마다, 질곡마다
이정표처럼 무표정한 파숫꾼으로
세파(世波)에 휘둘리기, 벌써 30년.
그 기막힌 웅덩이와 수렁에서도
한결같이 웃음 띠운 버팀목으로
잔인한 인간사에 바랜 채, 어언 초로(初老).
아!
철없이 치달려온 내 무지를 어찌하며,
무심한 세월을 탓한 듯 무엇하랴?
그러나 이제,
노을처럼 동터오는 당신의 새벽을 위해
여기,
나의 남은 한 자락을 무릅으로 드립니다.
그 날,
그 품에 깃을 접고,
그 포구에 닻을 드리우면,
그 모든 눈물을 씻기실 때까지.
주후 2005년 7월 26일 새벽에
무익한 남편이
그 무슨 곡조로도 부를 수도 없는 것은
고귀한 희생이 퇴색할까 함이요.
아름다운 어조로도 읊조릴 수도 없는 것은
미망(未忘)이 가슴을 누르기 때문이요.
한루(恨淚)를 찌어 피울 수도 없는 것은
세월이 내 눈물을 앗아갔기 때문입니다.
인정머리 없는 서릿바람 앞에
들레기는커녕 외마디 비명조차 없이
속으로 삭이다, 삭이다 오그라든 심장.
비바람에 녹슬고 멍든 물받이가 되어
핏빛 사랑을 흘려보낸 그 세월이 얼마인가?
산촌(山村) 곁 자락에 흩뿌려진 무명초
고혹적인 빛깔도, 요란한 향기도 없이
인적 드문 골짜기를 운명처럼 지키면서
눈길은 먼데 하늘 끝 가생이에 두고
무심한 벌판을 멍청하게도 지키던 인종(忍從).
그 곁으로 몇 바람이 스쳐 지나갔는가?
테를 둘러 더욱 가여운 금간 질화로
이제는 바각거리는 육신이 한(恨)스럽기만 한데
다독인 재속에 남은 가녀린 불씨는
뎁히는 재주도, 불붙는 열기도 없지마는
꺼진 듯, 숨죽이며
여전히 냉(冷) 고래를 지켜온 정염(情炎).
찬 서리 몇 겹이나 할퀴고 지나갔는가?
어김없이 돌아오는 아침
매일 같이 되풀이 되는 하루
식탁 위에 가지런히 펴진 성경,
마시다만 커피 잔과 접시,
무슨 기원(祈願)인가를 긁적인 노트 장이 있고
언제나 그러하듯,
당신의 따스한 미소가 거기 또 감돌고.....
헌데,
서둘러 벗어 던지고 간 구겨진 슬리퍼엔
고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내 마음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일어
메어오는 분노로 아픈데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는 음성이 있어
아침 햇살을 마주보니 눈이 부시다.
당신, 이사라!
내 인생의 구비마다, 질곡마다
이정표처럼 무표정한 파숫꾼으로
세파(世波)에 휘둘리기, 벌써 30년.
그 기막힌 웅덩이와 수렁에서도
한결같이 웃음 띠운 버팀목으로
잔인한 인간사에 바랜 채, 어언 초로(初老).
아!
철없이 치달려온 내 무지를 어찌하며,
무심한 세월을 탓한 듯 무엇하랴?
그러나 이제,
노을처럼 동터오는 당신의 새벽을 위해
여기,
나의 남은 한 자락을 무릅으로 드립니다.
그 날,
그 품에 깃을 접고,
그 포구에 닻을 드리우면,
그 모든 눈물을 씻기실 때까지.
주후 2005년 7월 26일 새벽에
무익한 남편이
댓글목록
홍혜정님의 댓글
홍혜정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은 못알아듣는 시지만
참 아름답고 감동이 있는
진실된 표현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아내의 희생과 고생은 언제나
남편의 따뜻한 한마디로
지긋이 잡아주는 손길 하나로
그윽히 바라보는 눈길 만으로도
너무 족하고 흡족히 하나 가득히 채워줄수 있는것 같습니다.
사모님의 일생이야 말할수 없는 험곡이었던 것을
표현하지 않아도 잘 알수 있는데
많은 경우 그냥 그늘에 가리워져 잊혀져 간 그림자에 불과한
희생을
이리도 아름답게 그려주시니
마치 내가 사모님이라도 된듯
벅찬 감동이 됩니다.
두분의 아름다운 동역과
양들을 위해 희생하신
전부를
하나님께서 꼭
기억하고 계시리라고
믿으며 두분을 인해 감사를 드립니다.
40주년, 50주년에도
이보다 더 아름답고
예쁜 언어로
노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